아이가 아팠다.
한 이틀 고열에 시달리는 동안 내내 자다가 헛소리를 해 사람을 놀라게 했다.
열이 높을 때마다 그랬던 경험이 있어서(의학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서) 처음처럼 놀라진 않았는데, 이번엔 열이 제법 내린 후에도 한 시간마다 깨서 몇 번을 그러는 바람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열이 내리고 정상 컨디션을 되찾음과 동시에 이런 증상이 사라지자 '기가 약해져서 그런 것'이라던 남편의 말이 '진짜 그랬던 것'으로 마무리.
아들의 '헛소리'는 대개 한 두 문장을 하다가, 세수를 하고 나오면 돌아오곤 하는 패턴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연결하는 문장이 튀어나온다. 이번엔 문이 열린 틈 사이로 보이는 집의 복도 끝을 가리키며 '저기가 미국'이라고 하지 않나,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화장실 앱이 눌(null, 0이라는 뜻의 독일어)'라고 하는 식이었다.
막상 겪는 순간에는 걱정으로 가득했던 상황이 지나고 나면 웃음의 재료가 되어, 나는 아이에게 '너의 지난밤 행적'에 대해 들려주며 의미를 묻기도(그런다고 알 리 없을 텐데도!) 했다.
다음 날, 아이에게 왜 뜬금없이 소인수분해인지 물었더니 자기가 지금 소인수분해를 공부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러는 모양이라고 했다.
소인수분해가 등장한 게 너무 황당하고 재밌어서, 아이의 큰고모와 톡을 나누던 중에 이 일화를 들려주었다. 조카의 모든 게 예쁘기만 한 큰고모의 반응은 "오! 크게 되겠어. 잘 키워봐."
웃자고 한 말에 돌아온 대답이 너무 진지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날 밤, 아이의 베개 커버를 갈아 끼우느라 원래의 커버를 벗겨낸 나는 그걸 들고 아이에게 농담을 했다.
"이거 봐! 엄마가 베개를 소인수'분해'했어!"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아들이 한다는 말은 "엄마, 그건 소인수지."
뜬금없이 우리 집 유행어가 된 '소인수분해' . 그런데 주고받던 농담 끝에 아이가 했던 질문이 내내 생각난다.
"그런데, 소인수분해를 배우는 이유가 뭐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여?"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수학은 일상생활용이라 아니라 배움의 가장 기본, 즉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답을 해주고 말았는데, 갑자기 나도 궁금하다.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대답 말고, 정말로 소인수분해가 어디에 필요한 걸까, 아시는 분??
웃음으로 시작했다 질문으로 끝난 소인수분해와 함께,
오늘은 아주 아주 이른 굿모닝. (혹 누군가에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