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이른 식사를 마치고 아이와 동네 산책을 나갔다. 핑계는 계속 늘어가는 아이 몸무게 탓에 칼로리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솔솔 부는 바람맞으며 손 꼭 잡고 걷는 그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공원을 걷고 돌아 나오는 길, 할머니 한 분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지하철 역 사거리와 맞닿은 공원 입구는 퇴근하는 사람과 운동하러 나온 사람, 사부작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볐으나 다들 할머니가 내민 전단지를 스치며 갈 길 가기 바빴다. 할머니는 그리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저 멀찌감치에서 팔을 최대한 쑥 내밀어 '필라테스예요'라고 모기만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전단지를 내밀었다. 아마도 이 일이 처음이신 모양.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면 작은 한숨을 쉬는 듯했다.
아이와 걷고 있던 위치상 전단지는 나에게까지 와 닿지 않았으나 나는 할머니 쪽으로 다가가 전단지를 받았다. "고마워요." 그 말을 듣고 할머니 손에 든 전단지를 보니 얼핏 보아도 100장은 족히 넘어 보였다. 부러 전단지를 받은 나를 보고 아이가 말했다. "잘했어, 엄마."
할머니를 지나쳐 가는 동안 뒤를 계속 돌아보던 아이가 물었다. "사람들은 왜 (전단지를) 안 받아?"
"글쎄,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요즘은 아마 코로나 때문이 더 안 받는 것도 있을 거야."
"우리가 다 받아주면 안 돼?"
"안되지. 그러면 광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괜한 돈을 쓰는 건데?"
예전부터 나는 전단지를 잘 받아주는 편에 속했다. 어제도 습관처럼 '받아주어야겠다' 생각했던 건데 아이는 그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듯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아이에게 본을 보여야지,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겠으나 그보다는 우리 아이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 따뜻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전단지를 받고 안 받고가 좋은 사람의 기준일 리 없다. 다만 내가 어제저녁 일화로 (맥락과 상관없이) 스스로 또 한 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