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이냐 파랑이냐!
아침 9시, 습관처럼 스마프폰에서 주식 모바일 트레이딩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한다. 페이지가 열리기 전 로딩 중임을 알리는 표시가 나타나는 그 찰나 동안 마음은 왜 콩닥거리는지.
주식 투자를 해온 지가 10년이 넘었다. 주식의 1도 모르던 내가 주식에 입문한 이유는 경제신문사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경제 기사를 쓰기 위해 공부 차원에서 시작한 것도 있었고 매일 경제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머 이건 사야 해' 하는 감이 올 때도 있었다. 그 감이 모두 맞았는지는 묻지 마시라. 설령 다 맞았다고 해도 경험과 공부 차원의 소액 투자가 많아서 벌어봐야 반찬 값, 용돈 수준이니 누구처럼 인생이 바뀔 만한 그런 성격의 투자도 못 되었다.
작년부터 주식 투자 붐이 일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종목 이야기를 한다고 하던데, 나에게 주식 장을 체크(오전 문 열 때 한번, 3시 반 장이 끝난 이후 한 번)하는 일은, 처분을 해야 할 급한 상황이 생기지 않고서야 아주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왜 매일 아침 페이지가 열릴 때마다 손발이 찌릿찌릿한 것인지.
오늘 팔 것도 아닌데 빨강을 보면 기분이 좋고 파랑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 한때 옷을 사면 죄다 파란색이었을 정도로 파랑을 무지 사랑하는 나인데도 주식 창에서만큼은 파랑이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주식이란 모름지기 '손에 쥐어야 내 돈'이라는 진리를 모르지 않는데도 빨강을 보면 풍요로워진 것 같고 파랑을 보면 쪼그라진 느낌이 드니 이토록 간사한 마음이란!
오늘 아침도 여지없이 어떤 것은 빨강이요 어떤 것은 파랑이다. 빨강이라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옆에 파란색 봉(거래량을 보여주는)이 나란한 것도 있고, 파랑이라고 나쁘기만 하지 않은 것이 옆에 보이는 빨간색 봉이 조만간 빨강으로 바뀔 것이라고 신호를 주는 것도 있다. 아마도 오늘 내내 순간순간 빨강은 파랑이 되고 파랑은 빨강이 될 것이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이것은 나의 다짐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컬러 이야기가 나왔으니 색에 관한 다큐멘터리 하나 추천한다. 올해 나이 무려 95세인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자연 다큐멘터리 거장인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자연다큐 '라이프 인 컬러(Life in color)'가 그것. 각 40~50분 분량의 3부작으로 돼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자연의 세계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색을 보고 이용하고 진화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존과 소통의 수단이자 때로는 힘의 과시이고 때로는 교활한 속임수이기도 한 비밀스럽고 놀라운 색의 세계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주말 동안 아이와 이 다큐를 보는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감탄사를 뱉어냈던지!
별 얘기 아닌 이야기로 시작하는, 거실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의 초록 색과 함께 시작하는, 오늘도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