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중요한 이유
어느 날, 네이버 클라우드가 ‘3년 전 스토리’라며 느닷없이 추억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더니 오늘은 또, 작년 블로그에 끄적여 둔 일상 글에 누군가 공감 하나를 눌렀다. 그 하트 하나가, 잊고 지냈던 그날의 나를 다시 불러냈다.
‘그래, 그날 그런 일이 있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날의 사건도, 그날의 감정도. 심지어 그 일을 글로 남겼다는 사실조차 말이다.
작년 10월, 아들에게 쓴 편지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매일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하루를 어떻게 규정하고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명문화 과정이다.
사진으로 하루를 남기는 것도 좋고, 글로 정리하는 것도 좋다. 우리는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다. 아무리 큰 사건이라 해도, 오롯이 내 감정으로 겪은 일이라 해도, 시간 속에 조금씩 희미해진다. 그렇기에 감정과 생각, 그날의 작은 계획까지 기록해 두는 일은 미래의 나에게 중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속상한 일이 있었다면 자칫 ‘왜 나에게만 이런 일들이 생길까’라는 착각 속에서 인생 전체를 비관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록이 있다면, 막연한 과거가 보다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렇게 우리는 현재를,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반대로,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면 과거의 기록 속에서 그 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짚어볼 수 있다. 단순한 행운이었는지, 오랜 노력의 결과였는지를 유추해보며 오늘의 기분 역시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이해된다. 그래서 사소한 일이나 감정일수록 기록해두는 일이 중요하다.
요즘 읽고 있는 책 《The Comfort Book》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The pain is not due to the thing itself, but to your estimate of it; and this you have the power to revoke at any moment.”
고통은 그 일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언제든 당신이 철회할 수 있다.
“There is nothing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
선하거나 악한 것은 본래 없으며, 다만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External events are neutral. They only gain positive or negative value the moment they enter our minds.”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본래 중립적이다. 그것들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은, 우리가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우리는 기록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도구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은 종종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이미 정해놓은 결론으로 이끄는 ‘답정너’처럼, 나도 모르게 확신한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기도 한다. 그래서 객관적인 자료, 즉 기록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돌아볼 때조차도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 외유내강인 척하지만 팔랑귀일 때가 많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속은 갈대처럼 약하다.
그러니 오늘의 감정, 오늘의 생각을 써보자.
당장 내일조차 기억하지 못할 오늘의 행복, 속상함, 두려움, 성취감, 뿌듯함까지.
그리고 언젠가 정체 모를 감정의 회오리가 몰아칠 때, 그 기록을 들춰보자.
내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지금 이 순간도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음을, 나 자신이 꽤나 괜찮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