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팅
딱 떠오르는 단어, 아낌없는 주는 나무
그녀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그녀는 항상 웃는 얼굴, 겸손한 말투와 배려의 손짓으로 만날 때마다 선물을 아낌없어 투척하고 간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가 뭘 사주는 것도, 100% 선물 당첨 응모권도, 길에서 나눠주는 휴지 한 장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며 함부로 받지 말라고 가르쳤는데 난 오늘도 공짜로 선물을 한 아름 받아왔다.
몇 시간을 끙끙거리며 찾고 정리했을 선물을 달라고도 안 했는데, 오다 주운 것 마냥 그냥 부담 없이 받으라며 던져주는 그녀는 얼굴까지 이쁜 천사일지도.
난 그녀에게 그다지 줄게 없는데, 어쩌지. 그저 고마운 마음만 한가득이다. 뭐라도 거들고 싶어 입을 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말하다가 머리 회로가 꼬인다. 내가 글을 길게 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 말 한마디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고치고 덧붙이고 덧대다 보니 항상 글이 길어지는데 말은 뱉어버리고 나면 그만이니 항상 말하고 나면 뭔가 찜찜하고 아쉽다. 게다가 미리 준비도 없었고 예상하지도 못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를 좀 덜 민망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뱉어버린 것이다. 그녀에게 받은 선물에 대한 나의 고마움에 표현은 고작 이것이다.
성격상 누가 밥을 사면 바로 다시 밥을 사드려야 한다. 누가 차를 사면 나도 빠른 시일 내에 사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다고 밥사고 상대가 밥사길 기대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공짜로 받는걸 극도록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나이 들어 맺은 이런 인연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에 뭐라도 주고 싶다. 나도 그녀처럼.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고, 차라도 같이 하고 싶다. 그날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하고도 싶다. 그냥 몸만 오라고. 아무것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고. 이미 많은 것을 나눠주었다고.
모임뒤 이어진 단톡방의 고백과 격려의 따뜻한 마음들. 나눔은 나눔으로 이어지고, 마음이 마음을 알아보고 이어 주니 이속에 속해있는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차 한잔 하자는 그녀의 고백도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글쓰기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그만둘까 생각했던 게 아니구나, 나만 글감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렸던데 아니구나, 공감을 끌어내주신 용기의 말에도 힘이 난다.
그녀들을 믿고 함께 나아가 봐야지. 몇십 년을 책 읽고 글 쓴 사람도 많을 텐데.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배운 사람도 많을 텐데. 처음부터 내가 글로 돈을 벌려고 매일밤 노트북 앞에 앉아 끄적거린 건 아니었잖은가. 글을 쓰려는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글 쓰는 그 행위자체에 큰 행복의 의미를 부여해 봐야지. 같이 글 쓰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쓰기라는 행위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아봐야지. 혼자 했음 진작에 때려치웠을 이 힘든 일을 같이 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힘을 내 봐야지.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 품앗이, 격려 품앗이하면서 오늘처럼 아낌없이 나눠주며 한발짝 나아가 봐야지.
따름이라 이름 지은 이유,
오늘도 함께라서 감사할 따름, 고마울 따름, 행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