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화국의 밀도
서울의 아침. 거실 창밖으로 빼곡한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온다. 저마다의 창 너머에서 수백만 인구가 동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절반이 바로 이 거대한 도시권에 몰려 있음을 생각하면 잠시 아찔해진다. 국토 면적의 12% 남짓에 전국 인구의 50% 이상이 모여 사는 현실 수도권이라 불리는 이 좁은 땅에 약 2,630만 명이 눌러앉아 있다는 공식 통계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도대체 언제부터 나라의 절반이 서울과 그 주변에 갇히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선 차가운 숫자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 비중은 결국 전국의 50%를 넘어섰다. 이 압도적 집중도는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체감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주말에 지방으로 운전해 조금만 나가봐도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지만,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언제나 빽빽한 빌딩과 교통 체증이 반긴다. 마치 거대한 자석이 모든 사람과 자원을 한 곳으로 끌어당긴 듯한 이 현상은, 흔히들 자조적으로 “서울 공화국”이라 부르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먼저 인구 이야기를 해보자. 대한민국 국민 둘 중 하나는 지금 수도권에 산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진짜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수도권 인구는 약 2,630만 명으로 전국 인구의 50.8%에 달한다. 불과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지역에 나라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셈이다. 지도를 펼쳐 이 수치를 곱씹어 보면 그 비정상성이 더욱 실감 난다. 부산, 대구, 광주 등 다른 모든 광역시와 지방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그 주변에 모여 있으니, 누군가는 “대한민국은 곧 서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지경이다.
비단 사람 숫자만이 아니다. 밀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극단적이다. 수도권의 평균 인구 밀도는 ㎢당 약 2,200명 수준으로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실제 생활권으로 한정하면 그 밀도는 훨씬 높아진다. 통계 자료에 잡힌 수도권 평균 밀도는 넓은 농지와 산지를 포함한 것이어서 비교적 온건해 보일 뿐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몰려 사는 지역만 놓고 보면 서울 도시권의 체감 밀도는 ㎢당 5천 명을 훌쩍 넘어선다고 한다. 이는 도쿄 광역권 평균 밀도의 두 배, 파리 광역권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이미 비싸고 복잡하기로 소문난 도쿄나 파리에 견줘서도 우리는 훨씬 더 빽빽하게 모여 살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만 떼어 보면 그 압축의 정도는 더욱 극심하다. 2024년 현재 서울시 인구는 약 939만 명, 인구 밀도는 ㎢당 15,521명에 이른다. 발 디딜 틈 없는 도시라는 상투적 표현이 수치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1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로세로 1km 정사각형 땅덩어리 안에 들어와 있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맨해튼이나 홍콩 같은 도시들도 밀도 하면 빠지지 않지만, 서울은 그들 못지않게 숨 막히는 공간 활용을 자랑한다. 지하철 2호선 출근 시간, 빽빽하게 들어찬 객차 안에서 서로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며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우리는 익숙하다. 그 풍경이야말로 밀도 1위 도시의 자화상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풍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생겨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나도 모르게 피어나는 압박감이다. 인간이 물리적으로 밀집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 전체에 일종의 중력처럼 작용한다. 비좁은 공간을 놓고 벌이는 경쟁, 출퇴근길마다 겪는 혼잡, 주말이면 공원 잔디 한 구석에도 돗자리를 깔기 어려운 풍경….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우리들의 무의식에 “숨 쉴 틈 없다”는 정서를 새긴다. 그리고 이 정서는 단순한 느낌을 넘어 우리 사회 여러 문제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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