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장. 이해 관계자별 관점:

영끌 세대와 기성세대의 동상

by 블루프린터

서울과 한국 사회의 청년층(이른바 2030세대)과 기성층(50·60세대) 사이에는 주거와 삶을 둘러싼 인식 격차가 뚜렷하다. 앞 장에서 국제 통계를 통해 확인한 가혹한 현실 속에서, 각 세대는 같은 “압력솥 사회”를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 세대”에게 한국은 더 이상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무대이다. 반면 경제 성장기의 혜택을 누린 기성세대에게는 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안식처이자 노후 생활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이러한 세대 간 시각차와 이해 상충은 단순한 문화적 “세대 차이”를 넘어, 마치 동일한 현실을 두고 전혀 다른 꿈을 꾸는 듯한 양상 같은 동상이몽으로 나타나고 있다.

2030세대 vs 5060세대, 또는 밀레니얼 vs 베이비붐 세대로 대변되는 이 세대 갈등의 현주소를 객관적 지표와 함께 살펴보겠다. 나아가 자산 격차,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 차이, 세대 간 도덕적 비난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분석하고, 결국 이 문제가 어느 한쪽의 “탓”이 아닌 구조적 압력의 산물임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첨예한 세대 대립을 넘어설 세대간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전쟁: ‘2030 vs 5060’에서 ‘밀레니얼 vs 베이비붐’까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은 종종 “2030세대 vs 5060세대”의 구도로 묘사된다. 흥미롭게도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하게 나타나, 영미권에서는 “밀레니얼 vs 베이비붐” 세대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기도 하다. 공통된 갈등의 중심에는 경제적 기회와 자산 축적의 불평등이 놓여 있다. 과연 이러한 숫자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한국의 현실]

통계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 세대주의 평균 순자산은 약 2억 2천만 원으로, 최근 7년간 고작 11.8%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평균 자산증가율이 42.2%에 달했고, 특히 60세 이상 가구는 순자산이 무려 53.7%나 늘었다. 자산 성장의 속도부터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4배 이상 격차를 보인 것이다.

그 결과 청년층(20~30대)이 보유한 자산은 나라 전체의 10.9%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전체의 19.2%를 차지하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역을 예로 들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2024년 중반에 25.1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처분가능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25.1년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불과 몇 년 전인 2018년 PIR 18.1에서 2022년에는 32.3까지 치솟았을 정도로, 짧은 기간동안에 주택 구매 장벽이 가파르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2030세대는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 보다 훨씬 불리한 경제 환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경 한국의 전국 평균 PIR이 6.26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세대 만에 내 집 마련 난이도가 몇 배로 악화된 셈이다.


[국제적 현상]

이 같은 세대 간 부의 격차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저성장 기조가 맞물리며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2023년 현재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인구 비중이 약 40%에 이르지만, 이들이 보유한 부는 전체 부의 9%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시기 베이비붐 세대는 미국 부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청년층이 주택 매매 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는 현상이 관찰되고, 대만 역시 청년 가구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가처분소득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 상황이라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산업화 시대에 “기성세대가 차지했던 파이”에 비해 현 청년세대가 터무니없이 작은 파이 조각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서울의 2030세대가 느끼는 좌절과 분노는, 전 지구적 세대 현상의 극단적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젊은 층의 구호로 등장한 “OK Boomer”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나 한국의 “헬조선” 과 같은 담론은, 바로 이처럼 부와 기회의 세습으로 인한 세대 갈등의 반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2030과 5060 간 갈등은 국제적 현상처럼 보편적이면서도, 동시에 한국 특유의 심각성을 지닌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국토의 12% 미만 면적에 인구 절반이 몰린 초과밀 지역으로, 인구 밀도가 ㎢당 5천 명을 넘는다. 이는 도쿄의 2배, 파리의 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OECD 최고치다. 극단적 인구 집중과 제한된 토지라는 구조적 조건이 세대갈등을 증폭시키는 압력솥 역할을 한 것이다. 즉, 2030 대 5060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제로섬 경쟁의 결과물로, 좁은 공간 안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각자 살길을 찾다 보니 나타난 필연적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충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출되는지, 자산 격차와 부동산 인식의 차이, 그리고 세대 간 비난의 서사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공평한 출발선: 커져가는 세대 간 자산 격차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블루프린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부동산금융의 숫자를 읽고, AI로 데이터를 분석하며, 심리학으로 사람의 마음을 탐구합니다. 데이터와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합니다.

11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2장. 국제 비교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