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숙제, 부동산 정책:

정부는 왜 '경제' 대신 '감정'을 선택했나

by 블루프린터


정부가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혹은 내놓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광경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시장이 조금이라도 뜨거워지면 "대책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정부는 그에 화답하듯 카드를 꺼내 듭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왜 우리의 문제는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 게임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부동산 정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순수한 '경제 논리'의 산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늘 우리가 마주한 이 풀리지 않는 숙제는, 어쩌면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생존과 대중의 심리적 요구라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보기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두 가지의 기이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 붕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경제 전체의 숨통을 조이는 '소방 호스' 같은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논리는 싹 잊은 채 그저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는 '희생양 찾기' 같은 대책입니다.


이 두 개의 가면을 벗겨내지 않고서는, 왜 우리는 매번 실패를 반복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1. '자산 가격'이라는 신기루를 쫓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아주 냉혹한 현실 하나를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원래 자산 가격은 정부 대책으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게 무슨 무책임한 소리냐고요? 한번 생각해보죠. 만약 지금 금값이 미친 듯이 올라 "돌 반지를 못 사겠다"는 여론이 들끓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정부가 "금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금값이 오르는 게 무슨 마적단이 작당해서 올리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주식 시장은 더 명확합니다. 치솟는 주가를 정부가 억지로 누르거나, 폭락한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글쎄요,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부동산도 본질적으로는 '자산'입니다. 오르는 데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고, 그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왜 정부는 실효성도 없는 대책을 계속 내놓는 걸까요?

손에잡히는경제 진행자는 여기서 '약국'에 비유를 했습니다. 폐가 아파 죽겠다며 약국에 뛰어온 사람이 있습니다. 약사는 알죠. 이건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 가서 긴 호흡으로 치료해야 한다는걸요. 하지만 당장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유, 일단 이거라도 드셔보세요. 손이라도 좀 따 드릴까요?" 뭐라도 쥐여주며 그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부동산 정책의 본질이 어쩌면 이것과 같습니다.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대중의 '불안감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겁니다. 자산 가격 통제라는 불가능한 과제 앞에서, 정책 당국은 결국 두 가지 길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는 경제적 부작용을 감수하는 기술적 땜질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 해결을 포기한 정치적 쇼입니다.


2. 첫 번째 얼굴: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소방 호스'


시장이 펄펄 끓어오를 때, 정부가 꺼내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 허가 구역' 지정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이건 마치 맹렬한 불길을 잡기 위해 거대한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려대는 것과 같습니다. 일단 급한 불은 꺼야 하니까요.


그런데 불이 다 꺼진 잿더미 위에도, 심지어 두 달, 세 달이고 계속 물을 뿌려대면 어떻게 될까요? 불은 확실히 잡겠지만, 그 물에 잠긴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할 겁니다.


이것이 '붕괴 방지 대책'이 청구하는 값비싼 대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출 규제'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수도꼭지를 그냥 잠가버리는 거죠. 하지만 이 물줄기는 부동산 시장에만 흐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원래 경제란, 대출을 통해 만들어진 돈이 돌고 돌아 성장하는 법입니다.

제가 집을 팔아서 받은 돈은, 그 집을 산 사람의 대출에서 나옵니다. 저는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할 수도, 사업 자금을 댈 수도, 자녀 결혼 자금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돈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경제를 순환시키는 '피' 역할을 합니다.


대출 규제는 이 혈맥을 그냥 끊어버리는 겁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잡힐지 몰라도, 그 여파는 경제 전체로 번져 시스템의 활력을 앗아갑니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은 더 심각합니다. 이 정책은 시장을 "사기도 어렵고 팔기도 어렵게" 만들어, '이사 수요'를 아예 없애 버립니다.


"이사 좀 못 가는 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경제는 '이사'를 먹고삽니다.

사람들이 이사를 가야 가전제품을 바꾸고, 가구를 새로 들입니다. 도배·장판을 새로 하고, 에어컨을 설치하죠. 이 모든 관련 산업 생태계가 '이사'라는 활동에 기대어 돌아갑니다. 이사가 멈추면, 이 모든 산업이 연쇄적으로 멈춰 섭니다. 이건 "경제 전체가 안 돌아가는 일"이 되는 겁니다.


더 큰 비극은, 이 독배를 한번 마시면 내려놓기가 지독히도 어렵다는 겁니다.

자료에서 언급된 것처럼, 과거 서울시가 이 규제를 풀려 했을 때 "탄핵당한 대통령보다 욕을 더 많이 먹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경제가 멍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규제를 푸는 순간 쏟아질 엄청난 정치적 비난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 하는 딜레마.


그래서 "강남 3구와 용산은 향후 40년간 허가 구역에 묶여 있을 것"이라는 저주 같은 예상이 나오는 겁니다. 한번 시작된 규제는 그렇게 좀비처럼 살아남아 경제를 갉아먹습니다.


3. 두 번째 얼굴: "저 사람 좀 혼내주세요"라는 분노의 정치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얼굴은 훨씬 더 기이합니다. 이건 경제 논리가 완전히 거세된, 오직 유권자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쇼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말해볼까요? 이 정책의 근본 동력은 합리적 계산이 아니라 '단순한 싫음'이라는 원초적 감정입니다.


"집값 올라서 좋아하는 놈들 꼴 보기 싫다."


이 직설적인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코인으로 돈 번 사람이 꼴 보기 싫은 것과 똑같은 심리죠. 더욱 비합리적인 것은, 이 분노의 화살이 최근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 세력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10년 전에 집 사서 세 배 먹은 사람들"에게 향한다는 겁니다.


이건 이성적 판단이 아닙니다. 그저 미워할 대상을 찾아 분노를 배설하려는 심리죠.

정부는 이 요구에 기꺼이 응답합니다. 물론 "그들이 꼴 보기 싫으니 괴롭히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냅니다.


"괴롭혀야 매물이 나오지요!" (다주택자 매물 유도)


하지만 실제 동기는? "그냥 싫은 거다." 보유세나 양도세 같은 징벌적 세금으로 특정 계층을 압박하는 것이죠.

이 정책이야말로 '대책의 무의미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10년 전에 집 산 사람 괴롭힌다고 그게 집값이 잡힙니까?"


이 반문이야말로 핵심을 찌릅니다. 집값 안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오직 '분노한 군중'에게 값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책이 동원되는 겁니다.


이건 문제 해결이 아닙니다. 그저 '약국에 뛰어온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가장 냉소적이고 정치적인 위안일 뿐입니다.


쇼는 끝나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부동산 정책의 두 얼굴은, 결국 명백한 딜레마의 산물입니다.

시장의 붕괴를 막자니('붕괴 방지') 경제 순환이 마비되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자니('감정 해소') 경제적으로 무의미한 정치적 쇼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당국은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안정성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목표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 두 가지 방식으로는 결코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단기적인 땜질 처방이나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는 감정적인 해소책은, 결국 더 큰 부작용과 더 깊은 환멸만을 남길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효과 없는 정책의 반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적 구호와 심리적 위안 뒤에 숨겨진 정책의 '진짜 비용'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풀리지 않는 숙제를 푸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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