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oon 5의 'just a feeling'이 카페 전체에 울려퍼진다. 나는 큰 통창을 눈앞에 둔 자리에 앉아 몸을 기울인 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중고등학생 때 듣던 외국 노래들에는 진득한 감정이 남아있다. 어떤 노래는 선선한 기운으로 기분 좋은 설렘을, 어떤 노래는 울적하게 달라붙은 우울함이 여전히 내 안에 어려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 기분들은 마치, 차가운 레몬 차 바닥에 가라앉은 레몬 부스러기와 같다. 차를 마실 때마다 일렁이며 떠오른 부유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곧 다시 침전할 것을 나는 안다. 노래를 듣는 행위는 차를 마시는 행위이다. 굳이 다시 노래를 들어서, 또는 우연히 어느 카페에서, 아니면 취향이 같은 친구의 추천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어디서든 레몬 부스러기들은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차와 함께 마셔 소화시키지 않는 한. 또는 차를 마시길 멈추고 자리를 떠나지 않는 한. 그러니 시간이 지나 어느새 잊힐 찻잔의 굴곡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맞은 편 솔숲이 빼곡하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히 산책하는 어린이와 어른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새롭게 노래를 기억하고 싶다. 읽고 있는 책에서는 눈에 띄는 불행 한 번은 소소한 친절 만 번과 맞먹는다는 대목이 있다. 이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