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
삶의 모토나 철학이 있냐는 전화영어 질문에 벙쪘다.
그치. 얼마 전 친구가 나는 '엄청 바쁜데 책도 꾸준히 읽고 논문도 쓰고 유튜브도 다 알고 있고 뉴스도 알고 있고... 잠을 안 자는 게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양심이 찔린다. 일단 논문은 거의 안 쓰고 있다. 붙잡고는 있는데 시간 대비 효율이 안 나와서 쉬는 중이다. 지금도 그래.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건 논문을 어떻게든 완성하고 교사연구회 정기모임에 가겠다는 결심에서였다. 그러나 지금 봐. 한참 SNS로 딴짓한 시간이 벌써 6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러느니 차라리 잠이나 잘 것이지.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핑계 대기에는 조금 늦다. 나는 그냥 게으른 것 같고, 충동 조절을 잘 못하고, 게임에 쉽게 중독되는, 의지박약형 인간이다. 무언가에 몰입하기 위한 동기는 시간이 촉박해졌을 때, 그 불안함. 그러나 불안함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꾸준함의 영역이 있다.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참 어렵다.
세상은 날 선 채로 나의 성과를 재단하려 든다. 나는 여전히 물렁한 자아와 한 치 앞뿐이 내다보지 못하는 눈치로 어영부영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나는 왜 논문을 쓰려 하는가.
나는 왜 박사과정에 도전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결국 귀결되는 하나의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 자기계발서에선가 나올 법한 닳디 닳은 이 문구가 새삼 통렬하게 마음을 찌르는 까닭은 내가 이 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쓸데없이 말이 길다. 나는.
교수를 꿈꿔서 박사를 하냐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대단한 인재는 못 된다. 아시다시피 이렇게나 게으르고 나태한 나로서는 바지런히 하루하루의 과업을 끝내는 그들의 삶을 살아내지 못할 것이다. 단지 똑똑해지고 싶었다. 교수는 못 되더라도 교수만큼 똑똑한 인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러나 하루는 의심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단순히 '똑똑해지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꽤나 동기유발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논문을 쓰는 일이 힘들어 자꾸만 회피하고야 만다. 아니, 쓰는 일 자체야 어렵지 않다. 문제는 갈피를 잡고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이 부족하여 자꾸만 헛발질을 하는 데에 있다. 그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는, 이미 가속이 붙어 멈추기가 힘든 비탈길의 통나무, 나의 딴짓의 속도를 바라보는 것이 버겁다. 그 진부한 레파토리를 이겨내야 하는데 나는 단지 '요행을 부려 똑똑'해지고 싶나보다.
교수님은 그런 나를 바로 꿰뚫어보셨다.
자책하기 전에 일어나서 할 일을 해야 한다.
꾸준함과 습관을 무기로 삼았던 예전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