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5월 30일, 다시 책으로
<다시, 책으로>를 읽고 쓴
천천히 읽는 일은 잘못된 게 아니야. 우리는 단지 깊게 읽고 몰입하기 위해 시간과 속도를 같이 하는 거야. 그 일을 덜떨어진, 부족한 무엇으로 치부하는 것에 조바심 갖지 마.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문장에 충분히 조의를 표현하는 게 뭐가 어때서. 문장은 남았고 쓰인 시간은 지났지만 나는 추억하는 마음을 행복이라고 불러. 김고요 씨의 시가 에곤실레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니. 동질의 사람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히 가능하고, 반면 나는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 이미 채워진 잔에 자꾸만 물을 쏟아붓는 그 표상을 떠올려. 그리고 넘쳐내린 검은 물이 지금의 이 글이야. 김고요의 시도 같은 색을 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