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흔들리는 당신에게: '갱춘기'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시기
50대가 되니 몸이 40대 같지 않다. 20~30대 때는 밤새워 교수학습방법 연구를 하거나 작품 제작에 몰두해도 아침에 일어나 달리거나 운동을 해도 거뜬했다. 이제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아침에 일어나 달리는 것조차 버겁다. 늘어나는 약과 영양제는 건강 유지보다 건강염려증을 부추기며 무기력함을 더한다. 저자만 이런 걸까? '황혼 이혼', '노년기 고독사'에 대한 언론을 접할 때 마다 남 일이 아닐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가중되는 요즘이다. 특히 본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나 가전제품 사용법 등 집안 일에 서툴고, 인터넷 쇼핑조차 버거운 갱춘기의 남자들에게는 노년기에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혼 이혼은 20~30년 이상 쌓인 성격 차이와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60대 이상 황혼 이혼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24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이혼 상담자 중 60대 이상 여성의 비율은 22%로 2004년(6.2%)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이혼 상담에서 6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충청타임즈, 연합뉴스, 2025년 3월 11일 보도). 남성의 이혼 상담이 급증한 가장큰 원인은 은퇴 후 가정 내 역할 변화와 소외감 즉, 사회적 역할 상실과 가정 내 적응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저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성들은 주로 직장 생활을 통해 사회적 정체성과 만족감을 얻는다. 은퇴 후 이러한 역할이 사라지고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가사나 가족 관계에 익숙하지 않아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아내의 독립적인 생활로 고립감을 느끼는데다 부모님 세대에서 종종 있었던 '삼식이'남편에 대한 아내의 불만이 갈등으로 이어진 이유도 있다.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한 몫한다. 결혼 후 한 집에 살았지만,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부부는 퇴직 후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한다. 서로에게 기대만 했을 뿐, 그 기대를 삶 속에서 현실로 만들어가는 방법에는 서툴렀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은퇴 후 남편은 '쉼'을 핑계로 집에만 있고 싶어하고, 아내는 자녀를 다 키웠으니 밖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경우처럼 생활 방식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함께 할 시간이 많은 상황에서 황혼 이혼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어가고 있다.
황혼 이혼이 노년기의 고독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고독사는 관계 단절, 건강 관리와 가사노동 미숙 등 아내와 가족에 의존하고 있던 환경이 단절되며 새로운 관계 형성의 어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황혼 이혼에 의한 관계 단절은 정신,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평안한 노년기를 위한다면 기존의 생각과 감정 관성을 끊어내야 할 시점이다. 황혼이혼의 원인 1위는 폭력이나 폭언 같은 부당 대우라고 한다. 우리 집은 괜찮을까? 노년기에도 아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내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존중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한순간 밀려온다.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성격 차이이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아내 뿐 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의 성격 차이를 이해하여 관계 단절 없는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특히 저자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 불리며 갱년기와 오춘기가 선물한 혼란과 상실감, 무기력감으로부터 탈출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부분의 이혼 통계에서 성격 차이는 항상 주요 사유로 꼽힌다. 저자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지혜로운 해답을 찾고 있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황혼 이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갱춘기라는 시기에 성격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지혜가 만들 수 있을지 깊게 생각해야 된다는 뜻이다. 교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같은 공간에서 긴 시간을 함께하는 방학이 있다. 저자의 주변에는 교원의 방학을 노는 시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과 다르다. 각종 연수를 받고, 교재연구를 하며 바쁘게 지낸다. 다만, 일반 회사원과 달리 가족을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고, 아내와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으로 의도적 실천 시간이 많을 뿐이다. 퇴직후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내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단순히 '가족 구성원'이 아닌 '독립된 존재' 즉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훈련은 정말 어렵다. 저자의 삶을 돌이켜 보면 가족을 내 소유의 한 부분으로 여겼던 생각과 감정 관성을 멈추고 독립된 존재로 바라보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갱춘기의 허전함과 무력감, 상실감을 가족이 채워주길 바랬다. 내가 변할 생각보다도 가족이 나를 인정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자녀들은 이미 성장하여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더 이상 내 곁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마치 젊은 시절 저자의 모습이 데자뷔되는 것 같아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갱춘기'는 자녀의 독립, 은퇴, 사회적 관계 단절 과 함께 찾아오는 상실감으로 인해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시기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시기를 오히려 가족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기회로 삼고자 한다. 즉, 아내와 자녀를 '내 소유'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훈련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결코 '각자도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동안 가족에게 가졌던 소유 의식과 이상적인 가족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실감 대신, '비움'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지혜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갱춘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중요한 지혜가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때로는 무력감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갱춘기 탈출 방법은 역지사지의 마음과 기존의 책임감으로 만들어진 이상적인 자아상을 벗어던지는 용기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지혜와 실천력이 바로 이 시기와 동행하며 더욱 단단한 가족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재무장이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갱춘기를 단순히 상실과 무력감의 시기로 여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자신을 만들고 다르기 때문에 조화로울 수 밖에 없는 가족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당신은 갱춘기를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