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공기권총 사격 대회, 73.9점! 승부욕에 눈멀고 왜곡된 내 감정
새벽부터 긴장감에 잠 못 이루다 뒤늦게 잠이 드는 바람에 자칫 대회 참가를 놓칠 뻔했다. 국제사격결선장이라는 웅장한 규모에 압도되었지만, 동시에 23개 팀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쟁보다는 경험을 즐기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모두 제각각의 옷차림으로 대회에 임하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우리 팀 첫 번째 선수의 90.6점, 두 번째 선수의 84점이라는 좋은 성적에 이어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다. 평소 연습처럼 80점대 후반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73.9점이라는 실망스러운 점수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특히 4점을 쏜 순간은 최악이었다. 왼손의 받침, 오른손 방아쇠 걸림, 호흡, 집중력, 손 떨림 등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고, 레이저 불빛이 과녁을 한참 벗어나는 것을 보며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10점과 4점의 차이가 주는 우열감(優劣感)은 마치 혈당 스파이크처럼 나를 강타했다. 4점이라는 열등감의 무게는 10점이라는 우월감의 수십 배가 되어 온몸을 짓눌렀다. 한 번 선택된 열등감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우월감은 쉽게 무너졌고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동반 하락했고, 다음 발을 쏘는 것이 두려웠다. 총구를 들어도 가늠쇠와 가늠자가 흔들려 몇 번이고 총구를 내리고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소용없었다. 그 후로도 5점, 6점이라는 실망스러운 점수가 이어지며 예선 탈락이 눈앞에 선했다. 등 뒤에서 응원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혔다. 억지 웃음을 지으며 태연한 척했지만, 부끄러움은 감출 수 없었다. 마지막 두 발을 남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결국 9점을 쐈고, 최종 합계는 73.9점으로 연습 때보다 못한 점수였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부끄럽고 가슴 떨리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남들 앞에서 잘하고 싶은 욕구가 4점을 쏠 때부터 망가졌던 것 같다. 직위가 주는 체면, 잘하려는 욕구, 이상적인 자아상이 나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격장을 나와 뒤늦게 동료들에게 식사를 제안했지만 거절 당했고, 구겨진 자존심을 안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폭식과 수면으로 저 자신을 위로하는 악순환을 선택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내와 함께 루프탑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어제의 감정 관성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였지만 글을 쓰며 나와 대화하는 이 시간이 차분함과 존재감을 안겨주었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과 감정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들여다 볼 수 있어 감정 관성을 멈추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논리적으로 글을 쓰려는 습관이 열등감 등의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찾게 도움을 준다.
새로운 도전이 주는 낯선 경험의 결과물이 비록 동료에게 피해를 주었을지라도 열등감(劣等感)을 선택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성장할 기회와 용기로 삼는 것이 바로 갱춘기(更春期)를 극복하는 지혜일 것이다.
과녁에 집중하던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과 욕심, 인정의 욕구를 잊을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 짧은 순간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오발탄에 내 갱춘기가 줬던 낮은 자존감과 근심과 욕심을 박아 놓았다고 생각하려 한다.
당신은 살면서 마주한 열등감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