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통한 부담스럽고 낯선 상황에 익숙해지기
늘 강의는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이번 강의는 교사의 길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앞둔 교육전문직원(장학사, 교육연구사) 임용예정자에게 나의 경험을 어떻게 풀어내야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저자 역시 교사에서 교육전문직원으로 전직하자 마자 인사 행정을 잘 못 처리하는 바람에 행정 처분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기에, 부정적인 경험의 강의 내용이 수강생들에게 부담을 줄 까봐 강의 내용이 고민이 되어 잠을 못 이뤘다. 물론, 갱년기도 한 몫 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고민을 한 달간 하다가 결국 나의 솔직한 교육전문직원으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어려움 때문에 좌절하며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감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 이야기와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어 이 자리에 서게 된 과정의 긍정적인 경험담이 교육전문직원(장학사, 교육연구사)의 새로운 출발에 도움이 되길 바랬다. 또한, 인천교육발전을 위한 정책(읽걷쓰 기반 올바로, 결대로, 세계로) 기획 시 선택되는 부정적이고 무기력한 감정 관성을 멈추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천교육정책 기획안 작성에 대한 강의 내용은 재미가 없고 정책과 관련된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라 집중력이 약해질 것이 우려되었지만, 나의 솔직한 경험담 속에 담긴 정책 기획의 진정한 이야기가 작은 힘과 방향 설정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설렘으로 강연장에 들어섰다.
교육전문직원에게 기획안 작성은 낯선 경험이자 큰 도전이다. 교육전문직원이라면 누구나 다음과 같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기적인 연수와 컨설팅, 힐링을 통한 보상이 필요하다. 갱춘기를 겪고있는 나에게도 지금의 감정관성을 멈추는 지침으로 사용하려 한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압박감: '교육전문직원이라면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고 자존감이 낮아지곤 한다.
문제 해결의 어려움: 초창기에는 문제 상황을 단순화하는 훈련이 부족해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고, 문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현실의 벽: 급변하는 사회의 인식과 행동 양식을 따라잡기 힘들고, 보이는 성과와 보이지 않는 성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악몽으로 이어지고 건강 이상으로 확대된다.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기존의 전례와 나의 생각이 충돌하거나, 결재 과정에서 상급자와 의견이 달라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이 많다. 또한, 명확하지 않은 역할과 책임 때문에 민원 해결에 에너지를 쏟거나 소통 부족으로 현장의 비판에 직면할까 두려워한다.
끈기와 자신감의 문제: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끈기를 잃고 무기력해지는 날이 많다.
물리적 시간의 부족 문제: 하루 종일 민원전화를 응대하다 보면 기획과 계획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민원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법령 검토, 매뉴얼 검토, 지침 확인 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육현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이자 실천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내용을 정리하며 갱춘기의 혼란스러움을 지혜롭게 수용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게 되었다.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 정책 기획의 전 과정에서 결재권자(상급자)와 현장 전문가, 정책 수요자(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교직단체 등)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 성찰과 성장: 누구나 자신이 부족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역량과 성향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이 안바뀌면 자신만 힘들어진 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하며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지지 않는 의도적 연습이 필요하다.'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말처럼,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하이퍼링커의 역할을 위한 소통 채널을 다양화해서 단점을 보완할 전문직과 협업해야 한다.
현명한 판단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현장의 '니즈(needs)'를 진단하며 숙의 토론을 거친다면 '탁상행정'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다.
기록하고 배우는 자세: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믿음직한 사수(mentor)를 정해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는 겸손한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현장 문제해결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갱춘기와 동행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단순화 능력: 현장의 문제를 핵심 중심으로 파악하고 단순화하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자칫 정보과다에 따른 인지과부화로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유연한 사고와 변화 수용: 기존의 익숙한 관점을 버리고 낯선 생각과 시선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통해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완벽한 기획안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에 맞춰 수정하고 보완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내가 작성한 기획안이 최고라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늘 경계에 서야 한다.
현실과 이상의 균형: 교육은 이상을 추구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인 결과 만을 좇는 것은 오히려 좌절감을 낳을 수 있다. 현실적인 결과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장 속으로: 문제는 현장속에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 가봤는지가 중요하다. 교육현장 속 학생, 학부모, 교직단체, 교육공무직 등을 만나 이야기를 경청하고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교육전문직원도 한 가정의 부모이자 자녀이며,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중요한 존재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책임 분산 구조: 정책 기획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을 교육전문직원에게 지우는 대신, 협업과 지원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소극 행정의 빌미를 없애야 한다.
심리 정서 지원과 휴식: 정기적인 심리 정서 지원과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야 동력을 얻고 지치지 않는 자양분이 된다.
행정 시스템의 정교화: 한 사람의 역량에 따라 업무의 질이 좌우되지 않도록, 행정 지원 시스템을 정교화해야 한다.
견문 확장 기회: 해외 연수 등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인천교육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수혈할 수 있다.
강의 내내 졸지 않고 경청해 주며 메모와 사진 촬영을 하는 미래의 장학사, 교육연구사의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쉬는 시간을 뺏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계속해 달라는 요청과 따뜻한 피드백은 저자에게 큰 활력으로 보상이 되었다.
강의를 수락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기력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던 '갱춘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강의를 통해 낯선 교육전문직원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나누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금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나의 긍정적, 부정적 경험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이 소비가 아닌 생산적인 경험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아직은 무엇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강의를 마치고 터져 나온 큰 박수 소리를 통해 앞으로 인천 교육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인천교육을 이끌어갈 미래의 교육전문직원(장학사, 교육연구사)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확인하는 강연장이었다.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가 나 외의 사람들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다음에는 세바시 강연을 도전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