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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12. 2023

내 돈가스!!!

(이 글은 2022.9월 작성했습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두 아들을 하원시키고 집에서

공룡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7세인 첫째는 스스로 할 수 있는데,

5세인 둘째는 혼자 접을 수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줘야 합니다.

오전 등원 전에 프테라노돈을 접어줬기에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플레시오사우루스 접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하라는 말인가? 어? 이상하다?

이런 모양이 안 나오는데?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다 시간을 보니

1시간째 이러고 있었던 것입니다.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오고,

단전에서부터 솟구쳐오는 짜증을 간신히 억누르고

두 아들에게 저녁엔 무엇을 먹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원래는 집에서 해줄 생각이었는데 종이 접기에

온 열정을 쏟은지라 손도 까딱하기 싫었어요.


첫째는 쌀국수, 둘째는 양념치킨...

흠... 메뉴 통일을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이구나.

그래도 두 곳에서 시킬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협상을 해야겠구나 생각하고 일단 음식점을 찾았어요.

쌀국숫집 메뉴를 쭉 둘러보니

오~ 돈가스가 보입니다.

둘째가 평소 돈가스를 애정하는 편이어서 슬며시

돈가스는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역시~~ 돈가스 좋아를 외치는 둘째!

한 곳에서 모두 시켰다는 혼자만의 뿌듯함을 안고 둘째에게 말합니다.

"엄마 플레시오사우루스 못 접겠어! 안 접을래!

쟤 접다가 엄마 머리 너무 아파!"

떼를 쓸 줄 알았는데, 쿨하게 알겠다고 합니다.

오~~ 웬일이지? 다행이다! ㅎㅎ


조금 기다리자 음식이 도착해서

모두 열심히 먹습니다.

둘째는 배고파! 배고파! 를 외치더니

정작 음식이 오면 조금만 먹고는 배가 부르답니다.

뭐, 이런...  조금만 더 먹으라고 해도

배부르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남은 것은 냉장고로 고고~

그날 밤에 아이들과 자면서

내일 아침엔 뭐해줄까 물어봤어요.

첫째는 누룽지에 치킨너겟,

둘째는 누룽지에 남은 돈가스!

오케이~ 내일 아침 메뉴 생각 안 해도 된다고

기뻐하며 잠을 자고 다음날이 되었어요.


최근 새벽 기상을 하고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7시 전에 둘째가 일어나서 나오더니

 "엄마, 배고파!"라고 이야기합니다.

누룽지랑 금방 해서 줄게라고 말했더니,

돈가스라도 먼저 달라고 합니다.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돈가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헐...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슬쩍 남편이 자는 방으로 가보니

돈가스 빈 그릇이 보입니다.

늦게 퇴근하고 와서 배고파서 먹었구나...

나는 이해를 하지만 둘째는?


일단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엄마가 저녁에 다시 해줄게라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아빠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내 돈가스 먹었어,

내 돈가스!! 엉~~~ 엉~~~"


대성통곡을 하면서 제 품에 안겨서 우는데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습니다.

엄마가 다른 반찬 맛있는 것 해줄게,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봐도 무조건 돈가스입니다.

하... 일단 냉동실에 냉동 돈가스라고 있나

살펴보는데... 오~~ 보입니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둘째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저녁에 꼭 맛있는 돈가스를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겨우 진정합니다


그날 저녁 돈가스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서

안심, 등심, 치즈 돈가스 이렇게 세 개를 시켰습니다.

우리 집 남자들 실~~ 컷 먹으라고요!!

저녁에 돈가스를 꽤 먹었는데

양이 많아서 남겼어요.

다음날 아침 에어프라이기에 데워줬더니 세 남자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버렸습니다.

둘째는 돈가스를 며칠째 먹었는데

질리지도 않는지 맛있다며 먹는데...

잘 먹으니 또 이뻐 보였습니다. ㅎㅎ


P. S. 결혼 전에는 음식을 집에서 모두

해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요리하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했고,

또 같이 요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꿈에 부풀어있었죠.

그런데... 꿈은 역시 꿈으로... ㅎㅎㅎ

"누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라는

진실을 알아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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