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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14. 2024

두 아들에게 존댓말 쓰기 도전!


예전에 어떤 배우가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미혼이었던 나는 자식과 부모 사이에 너무 거리감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와 내 주변을 봐도 부모님이 자식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저 사람은 저게 편한가 보다 하고 별 생각 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에게도 가정이 생겼다.

남편과는 결혼 전부터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했기에 햇수로 결혼 10년 차인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신기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존댓말이 익숙한 상태다.

우리 부부 사이에 두 아들도 태어났다.

난 두 아들에게 존댓말을 쓸 때도 있지만 거의 반말을 사용했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썼다. 

처음엔 그게 이상해 보였다.

왜 아이들에게까지 저렇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지?

나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여서 그런지 영 어색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게 편하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두 아들이 우리 부부에게 편하게 반말로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태도도 달라지고 마음가짐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다른 어른들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아이들이지만 부모도 어엿한 어른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존댓말을 쓰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제안한다.

"우리 가족 모두 존댓말을 써보면 어떨까요? 아빠가 존댓말 쓰는 것처럼요.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만큼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게 돼요."

아... 나는 아이들에게만 존댓말을 사용하라고 알려주려고 했는데...

남편 얘기를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하지 않나.

또 가끔씩 튀어나오는 내 안의 버럭이를 존댓말로 조금은 잠재울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남편이 이야기한 날을 계기로 서툴지만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나도 처음엔 습관이 되지 않아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사용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자기도 모르게 지금까지 한 말이 그대로 튀어나오는 거다.

의식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음부터 말을 할 때 '존댓말'이라는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반말로 나올 것이 존댓말로 바뀌어서 나온다.

처음엔 영 어색했다. 이 조그만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

약간의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과 나를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싸우지 않기도 하지만 기분 상한 일이 있어서 말할 때도 조금은 유하게 표현되니까.

따지고 보면 나이 차이와 부모 자식이라는 것만 다르지 똑같은 인간이다.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아 얘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력 중이다.


뭐, 지금 한 달 정도 되어가는데 아직은 조금 뒤죽박죽이다.

대부분 존댓말을 쓰기는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가끔은 반말이 튀어나온다.

아이들은 나보다 더 심하다. 

서로가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제야 '아, 미안해요.'하고 다시 말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다 보니 아이들 친구들에게도 존댓말을 써야 하는데 이것도 어색하다.

지금까지 반말로 얘기했었는데 말이다. 

뭐, 처음이 어색하지 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지금은 어색함이 있는 과도기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게 더 익숙해질 것이다.

우리 가족의 도전(솔직히 말하면 나와 두 아들)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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