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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09. 2024

"내가 살 빼면 어쩌려고 그래요? 불안해서?"

2015년, 남편과 결혼을 약속하고 건강검진을 했다.

서로의 건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으니까.

그전까지 남편 체중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표준체중보다 좀 더 나가는 것 같았지만 근육이 많아서 보기 싫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내가 마른 체형의 남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도비만'이라고 나왔다.

의아했다. 도대체 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아닌가?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인가?

아... 배를 보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뭐 터치하지는 않았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알아서 잘 챙기리라 생각했으니까.


결혼을 하고 내가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둘의 야식이 꽤 잦았다.

남편은 퇴근 시간이 늦어서 늦게 먹는 것이었고, 나는 배가 고픈지도 아닌지도 모른 채 먹고 있었다.

밤에 음식을 먹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있었던 거다.

그러다 둘째 출산 후 8개월 정도 지났을 때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 몸을 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임신했을 때는 입덧 때문에 살이 그렇게 많이 찌지 않았었는데, 출산 후에 오히려 몸무게가 불어나다니.

맞는 옷도 없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당장 야식부터 끊었다. 밥 양도 조금 줄이고 (이전까지 모유수유 한다고 밥 한 공기씩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도 하면서 나를 조금씩 바꾸기로 했다.

몇 주간은 변화도 없고 오히려 근육이 붙으면서 체중이 늘기도 해서 그만할까? 싶었지만 그때가 고비였다.

그 고비를 넘기고 두 달 정도 했더니 임신하기 전 체중까지 빠졌었다.

(지금은 똑같은 노력을 들여도 그렇게 잘 빠지지 않는다. 나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게 슬프지만 현실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남편도 나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는지 야식을 끊고 술도 줄이고 하면서 체중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하더니 건강한 몸으로 바뀌었다. 10kg 정도가 빠졌으니까.

"거 봐요. 내가 하면 한다고 했죠?"

의기양양하게 말하던 남편...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의 몸무게로 조금씩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방심하고 노력을 중단했으니까.

그렇게 예전보다 조금 더 늘어난 몸무게를 마주한 남편.

처음에는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자 다시 그 몸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다 건강검진 상 당뇨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다시 살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몇 달을 하더니 또 이전만큼 살을 뺐다. 이렇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처음엔 당뇨 진단을 받고 조심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 상태를 그냥 받아들였나 보다.

탱탱하게 잡아당겼던 고무줄을 조금씩 놓아버리니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주춤하던 야식도 나 몰래 먹고, 내가 억지로 끌고 다녔던 운동도 슬그머니 그만두고, 금주를 두 아들과 내 앞에서 약속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면 맥주 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이제는 나이도 있으니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체중을 조금 줄여보자고 하면, 도리어 나에게 묻는다.

"내가 살 빼면 어쩌려고 그래요? 불안해서?"

음... 이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싶다.

본인이 살 빼면 주변의 여자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나.

도대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어이가 없는 나는 대꾸한다.

"제발 살이라도 빼고 얘기할래요? 난 불안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에이,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리고 OO씨도 살 좀 쪄요. 이제 결혼했는데 왜 자꾸 살을 빼려고 그래요?"

이건 또 무슨 말이지? 결혼한 것과 체중이 무슨 상관이라고?

나는 내 몸이 무겁고 둔하고 힘들어서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건데...

건강 관련 책을 보니 '가속노화'라는 말이 무서워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도 하면서 건강하게 늙고 싶어서 그런 건데... 


항상 내가 건강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남편.

나도 똑같이 얘기한다. 남편도 항상 건강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습관은 줄이거나 끊고,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

건강한 음식은 내가 하려고 노력 중이니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건강하게 둘이 나이 들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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