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 차에 처음 알게 된 사실
어느 날, 갑자기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어졌다.
유튜브에서 오이소박이 영상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서다.
왠지 손이 많이 갈 것 같아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는데, 도전의식이 생겼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천천히 따라 하면 얼추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요리 잘하는 분들의 영상을 보면 엄청 간단하고 쉬워 보인다.
내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흘러나온다.
오이 10개로 오이소박이를 담가 보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마트에서 재료를 샀다.
오이, 부추, 쪽파, 마늘은 사고, 나머지(당근, 양파, 대멸치, 다시마, 천일염, 고춧가루)는 집에 있는 것으로.
재료를 다 펼쳐놓고 보면 막막하다. 그럴 땐 그냥 하나씩 하면 어떻게든 된다.
소금에 절여야 하는 오이부터 손질했다.
껍질채로 해야 해서 깨끗하게 씻고 자르고 칼집을 내서 소금에 절였다.
오이가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다른 재료들도 씻고 자르고 버무려서 준비했다.
드디어 1시간 동안 절여진 오이와 소를 버무렸다.
오~ 그럴듯하다. 빛깔도 먹음직스럽다.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 않아서 이 정도면 자주 해도 되겠는데? 생각이 들었다.
(요리할 땐 이런 마음인데 정작 며칠 지나면 귀찮아지는 게 문제지만...)
다음날 남편에게 오이소박이를 했다며 반찬으로 줬다.
남편, 자기는 오이소박이를 정말 좋아한다면서 맛있게 먹는다.
남편이 파김치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오이소박이를 좋아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
아, 그러고 보니 집에서 오이소박이를 먹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나도 해 줘 본 적이 없고, 시댁이나 친정에서도 오이소박이는 해주지 않으셨다.
그러니 남편이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을 테다.
햇수로 결혼 10년 차에 남편이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하나 더 알게 된 셈이다.
시간이 오래됐다고 해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얼마만큼의 관심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괜히 미안해진다.
알았으면 미리 해줬을 텐데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얘기했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좋아한다고 얘기해요. 그래야 알고 해 주죠. 어머님은 오빠가 오이소박이 좋아하는 걸 알고 계세요? 강원도에 가도 오이소박이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아니요. 모르세요. 말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나도 내가 오이소박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래요. 알았어요. 내가 이제 해줄 테니 먹고 싶을 때 얘기해요."
"알았어요. 근데 너무 맛있어요!" 라며 웃으면서 먹고 있다.
두 아들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아직 먹지 않아서 내가 조금 먹은 것 제외하곤 거의 남편이 먹었다.
많이 먹어도 되는데 아껴 먹는다고 얘기하는 남편을 보며 이야기한다.
"먹고 싶을 만큼 먹어요. 또 해줄게요."
"안 돼요. 오이소박이 담그기 힘들잖아요. 아껴서 먹으면 돼요."
"생각보다 그렇게 안 힘드니까 괜찮아요. 힘들면 며칠 쉬었다 하면 되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어요."
남편, 알겠다며 오이소박이를 큼지막하게 밥그릇 위에 가져간다.
내가 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 있어 나도 즐겁다.
아, 그러고 보니 오이소박이 다 먹은 지 꽤 되었다.
중간에 열무김치를 담가서 먹느라 오이소박이는 좀 있다 해야지 생각해서다.
조만간 오이 10개를 다시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