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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Oct 20. 2024

나를 좋아하는 사람 vs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사는 것이 행복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는 것이 행복할까?

어려운 문제다.

서로 좋아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 무게가 조금은 차이 날테니 말이다.


어른들은 많이 이야기한다.

살다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정말 그럴까? 

지금 어른이 되었고, 결혼까지 했지만 뭐라 대답하기 곤란하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기에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일테니.


나는 나를 종아하는 사람과 살고 있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마음의 깊이를 어찌 따져볼 수 있겠냐만은, 결혼 전에 그 깊이를 느낀 적이 있다.

한창 연애할 때였다.

보통 영화보고 밥먹고 차나 술 한 잔 하는 데이트 코스였기에 아마 그 날도 그랬을거다.

나를 데려다주고 남편이 집에 가는데 그날따라 걷고 싶었단다.

(결혼 전에는 내가 걷는 것을 좋아해서 많이 걸어다녔는데, 결혼 후에 걷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걸었던거다.)

한강대교를 건너 2시간 가까이 걸어가면서 나라는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단다.

그리곤 결론을 내렸단다.

'이 사람을 위해서는 내가 죽어도 괜찮겠구나.'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단다.

그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난 아무리 좋아해도 그런 마음은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지만, 상대가 나를 조금은 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하고 햇수로 10년 차인 지금, 우리 둘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연애할 때와 비슷하다.

두 아들이 태어나면서 사랑의 대상이 조금 더 많아졌을 뿐.

두 아들, 남편을 보며 가끔 남편이 결혼 전에 했던 이야기를 생각한다.

이제야 알겠다.

내 목숨만큼 소중한 이들이 생겼다는 사실을. 이들을 위해서라면 어쩌면 나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런데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진 않는다.

다만 서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결혼해서 평생 함께해야 할 사람이 정해져서 그렇지, 결혼 전에는 많이도 갈팡질팡했다.

어린 나이에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에만 촛점을 뒀다.

그런데 그 만남이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중, 고등학생 때 대학생이 되면 연애를 실컷 할 수 있다던 어른들의 말이 다 거짓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미팅, 소개팅을 했지만 인연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학교를 졸업한 후 길고 짧은 인연을 가진 이들을 만났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사람을 잘 안다던데 그런 면에서는 많은 연애를 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고 긴 만남 속에서 인연이란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알았다.

만나면서도 어느 순간 느껴진다. 아, 이 사람과는 결혼까지는 갈 수 없겠구나라고.

어릴 때는 끊는 것을 잘 못해서 인연이 아님을 알지만 만남을 조금 더 길게 이어갔던 적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 시간이 아까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이 아님을 알면 일찍 작별을 고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여러 만남 속에는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고, 나를 더 좋아해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난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과의 연애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자존심 대결같은 구도가 형성되는 느낌이었다.

왜 사람을 더 좋아하는게 자존심 상하는 것이 되어버렸는지 의아하지만, 그땐 그랬다.

나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그 마음만큼 되지 않기에 부담스럽고 버거웠던 적도 있다.

상대방의 서운해하는 모습이 보이면 순간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래서 참 어려웠다. 아마 둘다 어른이라는 껍질만 쓴 미숙한 존재였기에 그랬을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면에서는 편안하다. 결혼 후 조금씩 감정적으로 안정되는 느낌이 들기에.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 드라마, 영화 등이 예전만큼 두근거리거나 설렘을 주진 않지만, 나는 대신 안정감을 얻었으니. 

가끔은 그때의 설렘을 떠올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긴 하다.

풋풋했던 그때의 감정이 지금은 샘솟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나는 지금의 편안함이 좋다.

더 이상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한 사람이 정해져서 그 사람만 생각하면 되니까.


두 아들이 내게 언젠가 어떤 사람과 만나는 것이 좋냐고 묻는다면, 그냥 너네 마음 가는대로 해보라고 할 것 같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일단 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보고, 나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보면서 인연을 찾는 걸테니.

서로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인연이 어느선가 나타날테니.

그 전에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함은 항상 잊지 말라고 지금부터 알려주고 있다.

내가 빠진 사랑은 언젠가는 지치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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