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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Nov 01. 2024

남편이 해준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

나에겐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볶음밥이기에.

김치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는 간편함도 좋다.

달걀프라이, 햄 등이 들어가면 더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그래서 반찬 하기 귀찮을 때, 간편하게 먹고 싶을 때, 그냥 너무 먹고 싶을 때 등의 이유로 김치볶음밥을 할 때가 있다.

예전엔 남편과 나만 즐겼다면 이젠 7살 둘째 아들도 맛있다며 끼어든다.

아직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첫째만 제외하면 온 식구가 좋아하는 셈이다.


며칠 전 점심시간이었다.

배는 고픈데 반찬을 해서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귀찮았다는 얘기다.

내 몸 하나 움직이는 것도 어찌나 힘들던지.

남편을 슬그머니 바라보며 얘기한다.

“오빠~ 우리 김치볶음밥 해 먹을까요?”

“그래요, 좋아요!”

“오빠가 해줘요~~”

남편, 그까짓 게 뭐 어렵냐는 말투로 알겠다고 얘기한다.

아, 물론 재료 준비는 내가 좀 도와줘야 한다.

어디 있는지 대강은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니까.


주방에서 남편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그런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마운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아주 약간 미안한 감정도.

남편도 내가 요리할 때 이렇게 바라보면서 고마움과 한편으론 미안한 감정도 느꼈을까?

오늘따라 남편 뒷모습이 듬직해 보이면서도 조금 짠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남편이 햄과 김치를 썰어 냄비에 지글지글 볶는 소리가 들린다.

아, 김치 볶는 냄새가 내 코끝을 자극해 맛을 보지 않았는데도 어느 정도 예상되면서 벌써 맛있다. 

여기에 달걀프라이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달걀프라이 4개를 하는 센스까지!

밥까지 넣어서 볶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두르면 고소한 향이 주방 가득 퍼져나간다.


음식 준비가 거의 다 되면 내가 일어나서 그릇, 다른 반찬을 준비하는데 오늘은 남편이 그냥 앉아 있으라며 본인이 다 챙긴다.

프라이팬에 남편이 정성껏 한 김치볶음밥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릇에 옮겨 닮고 그 위에 달걀프라이를 얹어 김과 함께 먹는다.

역시... 꿀맛이다! 어쩜 이리 맛있는지.

밥 양이 많았는지 둘이 한 그릇씩 더 먹었는데도 남았다.

남은 것은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놓고는 저녁에 먹어야지 생각한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 그런데 저녁에 먹으려고 남겨놓은 김치볶음밥은 둘째 몫이 되었다. 

밖에서 놀고 오자마자 배가 고프다며 김치볶음밥을 순식간에 후다닥 해치운 것이다. 

아빠가 해준 김치볶음밥이 맛있었는지 이틀 정도 김치볶음밥을 더 해달라고 한 둘째.

언제든 해줄 수 있으니 부담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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