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小食) : 음식을 적게 먹음'
내가 알고 있는 소식의 의미다.
소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엔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그래... 성장기에는 그랬을 거다. 하지만 성인은 소식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특히 마흔부터는 오장육부의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니, 적게 먹고 많이 씹어야 한다.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데, 한순간 나도 몰래 눈이 돌아가 엄청 먹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짜증 난다. 몸이 무겁고 둔해져서.
그런데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먹고 있으니 문제다.
남편은 그야말로 대식가다.
나는 평소 밥공기에 반 정도 담아서 먹으면, 남편은 가득 담아 두 그릇 정도 먹는다.
예전에 많이 먹을 때는 세 그릇도 먹었다고 한다. (그게 어떻게 다 들어가지? 신기할 따름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소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줬다.
본인도 어딘가에서 들어서 알고는 있다면서 나에게 이야기한다.
"저 지금 소식하고 있는 거예요."
아니, 어딜 봐서? 밥 두 그릇을 뚝딱 먹고 있는데 뭔 소식?
예전보다 덜 먹어서 소식한다고 얘기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식, 소처럼 먹는다의 소식이잖아요. 그래서 나는 소처럼 먹는 거예요. 봐요. 소식 맞죠?"
(그런데 소가 많이 먹나? 위가 4개인 것과 많이 먹는 것은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아마 말장난하려고 그랬나 보다.)
어이가 없다며 말장난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에게 어이는 없어요. 아이가 있지." 이런다.
하... 온몸에 힘이 쫙 빠진다.
나도 모르게 피식 쓴웃음을 흘리면 "거 봐요. 웃기죠?" 이러면서 신나 한다.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두 아들도 아빠에게 동조한다.
"엄마, 소식은 소처럼 먹는다의 그 소식이잖아. 그러니 아빠 말이 맞네. 아빠 계속 소식해."
이런... 남자들이 한편이 되어 나를 공격하는 것 같다.
서럽다.
이젠 소식하라고 말하는 대신 '조금 적게 먹어요."라고 말해야겠다.
그러면 말장난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