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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ug 06. 2024

창문=숨 쉴 수 있는 구멍?

창문으로 밖을 바라본다.

멍하니 바라보면서 천천히 숨을 쉰다.

하늘, 구름, 저 멀리 있는 산, 나무, 자동차, 건물, 아파트 등을 천천히 눈으로 훑는다.

그제야 갑갑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바람까지 솔솔 불어오면 체한 듯했던 가슴에도 한 줄기 바람이 이는 것 같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창문.

대부분 네모 모양이지만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큰 창이든 작은 창이든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막혔던 숨이 조금씩 트이는 기분이다.

유독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 본다.


보통 집에는 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창이 없는 곳에서 살아봤다.

직장 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혼자 올라왔을 때, 고시원에서 몇 달 지냈다.

창문이 없는 아주 조그만 방이었다.

낯선 곳에서 혼자, 그것도 창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엔 잘 몰랐던 갑갑함이 차츰 올라왔다.

직장 생활도 처음이라 버벅대기 일쑤였는데, 밖도 제대로 볼 수 없었으니.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봐도 숨 쉴 구멍이 없었다.

사방이 꽉 막혀 있어서 답답함만 더했으니까.

가끔 힘들면 혼자 울음을 삼키며 잠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될 법도 한데 끝내 적응하지 못했던 걸 보면 난 밖을 조금은 바라보며 살아야 하나 보다.


그다음부터는 조그맣더라도 창이 있는 곳을 골랐다.

아무리 앞 건물이 막아서 조금 답답할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문을 열면 바람이라도 솔솔 불어왔으니까.

그래도 탁 트인 곳이 제일 좋긴 했다.

혼자 살 때 1층에서 3층까지 살아봤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았다.

시야도 트이고 갑갑함도 덜하고 말이다.

그래서 가족을 이룬 지금은 14층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가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1층에서 살고 싶다는 얘기도 하지만, 난 조금은 높은 층이 좋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창 밖을 내다보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저절로 향한다.

창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도.

그래도 이렇게 바라봐야 나갈 힘이라도 얻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창 밖을 바라보며 초록이들을 눈에 한가득 담아본다.

이건 요새 눈이 좀 침침해지는 것 같아서인데, 덕분에 창 밖을 실컷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 : https://pin.it/1 yf7 M7 Z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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