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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31. 2024

열무김치 담그기

열무김치를 좋아한다.

김치 종류는 다 잘 먹는 편이지만 항상 먹어도 맛있는 것은 열무김치인 것 같다.

아마 자주 먹지 않아서 더 그럴 수도 있다.

배추김치, 무김치는 김치냉장고에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열무김치는 식당에 갈 때만 맛봤다.

친정 엄마, 시어머님 모두 다른 김치는 많이 담그시는데 열무김치는 거의 담그시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예전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다. 있으면 먹는 정도였지.

그런데 가끔 외식할 때 가는 집 근처 식당 두 곳에서 열무김치가 항상 기본으로 나오는 거다.

두 집 모두 시원하면서도 진짜 맛있어서 남편과 감탄하며 먹었다.

예전엔 그렇게 잠깐 맛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한 달 전인가 문득 내가 열무김치를 담가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김치, 오이소박이, 대파김치를 조금씩 담가봐서 열무김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으니까.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모르니 열무김치 담그는 동영상 몇 개를 찾아봤다. 

내가 그나마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선택하고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확인했다. 

그런데 식재료를 사기 전에 먼저 사야 할 것이 있었다. 김치를 담글 큰 대야.

집에 조그만 것은 있는데 큰 대야는 없어서 고민하다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스텐 대야로 구매했다.

생각보다 큰 사이즈에 놀랐는데, 구매하고 연마제 제거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게을러서 미룬 것도 있지만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음식 할 기분이 전혀 나지 않았기에.

에어컨을 1차로 고친 날(몇 번 더 고장 나서) 신문지를 깔아놓고 식용유와 키친타월을 준비해서 연마제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아... 처음에 깜짝 놀랐다. 너무 시커매서. 거의 1시간을 팔 아프게 연마제를 제거했나 보다.

이젠 시커먼 것이 거의 나오지도 않고 팔도 너무 아프고 지쳐서 그만하고 베이킹파우더와 세제를 섞어서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했다.


그다음, 이틀 전에 사놓은 열무를 다듬었다. 

1단에 2kg이어서 샀는데,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았다.

금방 할 줄 알았는데 (왜 매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처음 하는 것인데 분명 시간이 걸릴 텐데 말이다) 다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다듬은 것을 칼로 썰고 4~5번 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 소금에 절여놓았다. 

절여지는 몇 시간 동안 양념장과 소를 준비했다. 

연마제 제거하는데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지친 상태로 칼질을 하는데 힘들긴 했다.


열무김치 다듬고 소금에 절이고 양념장, 소 만들기



드디어 다 절여진 열무에 양념장과 소를 넣고 버무렸다.

따로따로 놓여 있을 때는 모르겠더니 한데 넣고 섞으니 식당에서 보던 열무김치의 모양새가 나왔다.

젓갈이 들어가지 않아서 맛은 어떨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밤 9시 정도에 다 끝나서 다음 날 맛을 보기로 하고(8시 이후엔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김치통에 담가놓은 후 다 정리하고 잤다.



완성된 열무김치



다음 날, 남편에게 먼저 맛을 보라고 건넸다.

남편, 오~~ 그럴듯하다며 맛을 본다. 식당에서 맛본 것과는 다른 맛인데 더 건강한 맛이라고 했다.

맛있다며 계속 계속 먹었다.

나도 먹어봤는데 젓갈이 들어가지 않아 감칠맛이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이제 열무김치도 담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말이다.

두 아들은 아직 고춧가루 들어간 것을 먹지 않기에 남편과 나의 몫인 열무김치.

큰 통에 두 개 담았는데 한 통은 벌써 다 먹었다.

입맛 없을 때 열무 넣고 나물 다른 것 좀 넣고 달걀 프라이, 들기름만 넣어서 먹어도 맛있다.

이젠 먹고 싶을 때 내가 직접 담가 먹을 수 있으니 그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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