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사지받는 것을 좋아한다.
잔뜩 뭉쳐있는 내 근육이 누군가의 손길로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 좋다.
아프지만 시원해서 도중에 멈추라고 말하지 못한다.
어느새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드는 순간, 참 좋다.
나는 왜 마사지받는 것을 좋아할까?
내가 그만큼 긴장하고 살았다는 증거일까?
운동을 그만큼 하지 않아서일까?
아님 그냥 근육이 잘 뭉치는 체질인가?
모든 것이 복합적인 것일까?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어깨가 뭉쳐서 누군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때는 수험생이어서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러지 않았을까.
그때 친구들끼리 어깨를 가끔 주물러주곤 했는데, 시원했다!
아주 잠깐의 터치만으로도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마 젊어서 그랬을까?
이후 가끔 어깨가 아프긴 했지만 마사지를 받아야 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온몸이 뻐근하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는 덜했는데 부서를 옮겨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면서부터 심해졌다.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차례차례 통증이 있는 느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내 몸이 이제 운동 좀 하라고 신호를 보냈을 수도 있는데...
그 신호를 무시하고 귀찮으니 친구와 함께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어깨, 등을 같이 하는 상체, 종아리, 다리 위주의 하체, 전신 이렇게 돌아가며 필요한 마사지를 받았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던 것 같다.
친구랑 나, 둘 다 근육이 잘 뭉쳤고,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마사지로 풀려고 했던 것이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노곤해지면서 시원했다.
가끔은 아파서 악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원함만 남았다.
그렇게 꽤 자주 마사지를 받으면서 근육의 긴장도를 어느 정도는 풀었다.
어쩌면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그렇게 조금은 날려 보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임신하면서부터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
입덧으로 임신 휴직을 했고 어디 나갈 기운도 없었다.
힘들어서 누워만 있었는데 다리가 그렇게 아팠다.
내가 힘들어하자 남편은 퇴근하고 와서 내 다리를 주물러줬다.
남편의 손길이 너무너무 시원했다.
남편을 생각하면 이제 됐다고 그만하라고 해야 하는데 시원한 감각이 배려심을 이겨버렸다.
남편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내 다리와 발을 매일 주물러줬다. 30분 이상씩.
그래서 그나마 입덧으로 힘들었던 몸을 추슬렀을 수도 있다.
임신 기간이 지나고 두 아들이 태어났다.
정신없는 일상이 펼쳐지면서 남편과 나는 가끔 이야기했다.
마사지 좀 받으러 가고 싶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마시지 샵을 찾는 것도 귀찮아 서로가 서로의 마사지사가 되어줬다.
나도 마사지를 꽤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남편은 나보다 더 잘했다.
내가 남편 어깨, 다리, 발을 마사지해 주면 남편도 그렇게 했다.
더 아픈 사람에게 마사지를 해주다 보니 마사지를 받는 대상은 그때그때 달랐지만, 그래도 마사지를 받으면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해주게 된다.
나는 마사지를 할 때 온 힘을 다해서 하기 때문에 받는 사람이 시원해하지만 오래 하지 못한다.
두 아들 출산 후 손목이 더 자주 아픈데, 남편의 엄청 개운해하는 표정과 시원하다고 연신 내뱉는 말에 힘을 내서 더하게 된다. 이럴 때 보면 남편이 나를 조련하는 것인가? 싶을 때도 있다.
칭찬의 힘으로 더욱 힘을 내게 하는 그런 것?
우리 둘의 모습에 마사지가 궁금했던지 두 아들도 해달라고 한다.
세게 잡으면 아플까 봐 어깨에 손을 살짝만 갖다 댔는데 간지럽다며 까르르 웃는다.
엥? 난 뭐 한 게 없는데? 어깨에 손만 살짝 얹고 살짝 조물조물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간지럽다며 몸을 이리저리 뒤트는 모습이 재밌다.
그러면서 느낀다. 너넨 아직 어리구나!
자기도 받았으니 엄마, 아빠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다면 앉으라고 한다.
어깨에 손을 얹고 나름 조물조물해 준다.
작은 손으로 나름 열심히 하지만 솔직히 시원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마음이 느껴져 고마움을 가득 담아 엄청 시원하다고 얘기해 준다.
그러면 기분이 좋은지 씩 웃으며 조금 더 하곤 팔이 아파 더 이상 못하겠다고 간다.
최근 남편이 다리가 그렇게 아프다면서 마사지 좀 해달라고 했다.
혼자 하면 그만큼 시원하지 않음을 잘 알고 나도 남편에게 자주 부탁하기에 흔쾌히 해준다.
만지면서 느낀다. 종아리 근육이 다 뭉쳐있다는 것을.
조금만 만져도 아파하기에 살살 풀어주면서 마사지를 한다.
종아리에서 시작해 발목, 무릎까지 올라가면서 마사지를 해준다.
보통 20분 정도면 나도 팔이 아프고 남편은 시원하다고 하는데 이번엔 많이 아픈가 보다.
더해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손목은 아파서 안 되겠기에 팔꿈치, 손등 등으로 바꿔가면서 해줬다.
남편은 연신 너무 시원하다며, 이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게 40분 정도를 하고 있으니 남편은 낮은 코를 골며 스르르 잠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러겠나 싶으면서 안쓰러우면서 내 손목도 통증을 호소하니 같이 안쓰러워진다.
다음날 남편은 너무 시원해서 마사지값이라며 돈을 준다.
아!! 너무 좋다. 다음에도 열심히 해줘야겠다. ㅎㅎ
(이미지 출처 : https://pin.it/4 Wcazap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