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길에 매미 울음소리가 조금씩 채워진다.
그러면 어김없이 더운 날씨가 시작된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매미.
6월 말부터 두 아들이 물어봤다.
"엄마, 매미는 언제 나오는 거예요?"
보통 7월 중순에서 말쯤에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한 달은 더 기다려야 매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7월 초에 둘째 아들이 길을 걷다가 매미 허물을 봤다고 얘기하는 거다.
아마 작년 것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분명 올해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이제 매미가 나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설마 싶었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 둘 매미 허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미 소리도 간간이 들리고.
매미가 올해는 빨리 찾아왔구나! 생각한다.
그만큼 날씨가 더워졌나? 싶기도 하고.
이날을 시작으로 두 아들은 나갈 때마다 매미 허물 찾기를 시작했다.
매미도 보고 싶어 했지만 아직은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아서 잘 보지 못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어디서나 매미가 잘 보일 테지만 지금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시기니까.
(실제로 이틀 전부터 매미가 어느 나무에서나 잘 보이기 시작했다.)
대신 매미 허물을 관찰하는 것으로 아이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엄마, 여기 매미 허물 있어요! 어? 여기도 있네."
나무에 매미 모양 그대로 벗어놓은 허물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그러고는 나에게 보여준 후 한번 만져보라고 한다. 느낌이 좋다면서.
나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서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냥 만져봐도 될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느낌이 이상해서.
두 아들은 느낌이 좋다면서 손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다.
왜 굳이 모으는 건지 알 수가 없는데 그냥 모으면 좋단다.
나에게 매미 허물이 어디 있는지 함께 찾아보자며 내 손을 끌고 간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찾은 후, 두 아들에게 여기 있다고 알려준다.
높이 있는 것은 두 아들 키에 닿지 않아 나보고 떼 달라고 하길래 근처에 나뭇가지를 주워서 대신 떼준다.
이렇게 모은 것들을 작년까지는 집으로 가져왔다.
그냥 밖에 놔두고 가자고 말해도 집에서 관찰하고 싶다며 가져와선 허물들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랬다.
아이들의 관심이 쭉 이어지지도 않아서 어느 순간 방치된 허물들을 치우는 건 내 몫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밖에서 보고 모두 밖에 놔두고 오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두 아들은 밖에서 한껏 모은 허물을 한 곳에 모아 두고는 온다.
처음엔 그냥 놔두기만 했는데 가끔은 바스락거리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 발로 밟아보기도 한다.
허물이라 상관없긴 한데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매미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두 아들은 이것을 튀기면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며 이야기도 한다.
난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두 아들은 맛있을 것 같다며 둘이 신나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매미에 관심을 가진 것은 두 아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원래 난 매미뿐 아니라 생물에 큰 관심이 없었다.
매미는 한여름이 되면 시끄럽게 울어대는 곤충이라고만 여겼다.
매미를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매미 허물이란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만큼 내 주의를 끄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두 아들은 달랐다. 모든 생물에 관심이 많다.
매미를 직접 보길 원했고, 매미 허물도 꼼꼼하게 관찰한다.
아이들이 알려줘서 아는 것이 조금씩 생겼다.
이렇게 하나씩 배우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