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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ug 12. 2024

세상 진지한 싸움


두 아들이 놀고 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음... 무슨 놀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잘 놀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두 아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예전에는 싸우다가도 둘이 금방 화해하곤 했는데.

이젠 조금 커서 그럴까?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는다.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말의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쉬지 않고 서로 다다다 다닥 이야기한다. 

새삼 신기하다.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싶다.

나는 화가 나면 말이 버벅대는 스타일이기에. 

잠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고민한다. 이쯤에서 목소리 좀 낮추라고 얘기해야 하나?

그냥 놔두기로 한다.

둘이 알아서 한다고 하기도 했고, 억울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 수도 있으니 지켜본다.

다행히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있다고 해도 서로 살짝 밀치거나 솜주먹으로 약간 치는 정도라서.

그래도 몸으로 싸우면 안 된다고 항상 알려준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 한 명이 울먹울먹거린다. (보통 첫째 아들)

둘째가 가끔 깐족대면서 말할 때가 있다. 귀엽기도 하지만 얄밉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첫째는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며 기분 나쁘다고 하지만, 둘째, 듣지 않는다.

더 약 올리는 듯이 얘기한다고 할까? (유치원에서는 신사인데, 집에서는 음...)

근데 뭐 둘이 비슷하다. 첫째도 둘째가 하지 말라는 것 하니까.

서로 별 것도 아닌 걸로 싸우는데 세상 진지하다.

저게 저렇게까지 진지하게 쉬지 않고 말싸움을 할 만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

그들만의 세계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면서도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아주 아주 가끔은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를 음성으로 녹음할 때가 있다.

나중에 들려주면 재밌다고 서로 깔깔거리며 웃는다. 뭐가 웃기는지? 신기하다.)

나도 어렸을 때 저랬을까? 싶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원래 싸우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그런 감정소모를 불편해하기에 참았을 수도 있다.

아니, 내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나는 내 관점에서만 생각하니까 말이다.


한 명이 울먹거리기 시작하면 첫째든 둘째든 나에게 이르겠다며 쪼르르 달려온다.

서로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억울한 감정을 한껏 담아서 이야기한다.

음... 내가 보기엔 비슷하다.

한 명씩 이야기를 들어보며 서로 억울했을 만한 감정을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화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방으로 휙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누구 한 명 편을 든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니까.

그럴 때는 기분이 조금은 풀린 아이와 먼저 이야기를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방으로 쏙 들어간 다른 아이와도 얘기를 한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기에 얼른 화를 풀라고 재촉할 수 없다.

예전에는 잘 몰라서 왜 그러냐고 했지만 지금은 그냥 놔둔다.

혼자 생각하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니까.

아, 물론 이건 내가 마음이 안정되어 있을 때의 일이다.


내 마음과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그러면 조용히 좀 해줄 수 없냐며 이야기한다.

되도록 소리는 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내 얘기가 묻히면 목소리 톤이 조금씩 올라간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런다. 엄마 화냈다고.

억울하다. 자기네들끼리 싸운 것은 생각하지 않고 타깃이 나에게로 옮겨온다.

조금 전까지 격렬하게 싸운 애들이었는데 어느새 둘이 한 편을 먹고 나에게 뭐라 한다.

그 시간을 거치면 다시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한다.

음. 아이들의 싸움은 얼마 가지 않는구나 싶다.

다행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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