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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 소분하기

by 느린 발걸음

일 년에 몇 번 하는 견과류 소분.

하루에 먹을 만큼의 견과류가 들어있는 제품을 사면 편하고 좋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남편이 단 것을 멀리해야 하는데, 시중에 파는 제품에는 단 것들이 조금씩은 포함되어 있으니까.

나는 가끔 씹히는 그 달달함이 좋지만 누군가의 건강에는 좋지 않으니 사지 않게 된다.


남편에게는 어떤 견과류가 좋을까 이리저리 찾아봤다.

너무 많은 정보에 머리가 아팠는데,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이렇게 딱 세 종류다.

하루에 너무 많이 먹어도 좋지 않다고 해서 다섯 알씩 총 열다섯 알만 먹을 수 있도록 담는다.

이렇게 하루 고생하면 몇 달은 편하다.

소분해 놓은 것을 하루에 한 번 먹으라고 챙겨주면 되니까.

가끔 나도 먹고 말이다.

아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빨리 줄어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금 다행인지도?


며칠 전에 소분해 놓은 견과류를 다 먹어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몬드가 없어서 아몬드만 다시 샀는데, 일단 냉장고에 넣어뒀다.

바로 하면 되는데 견과류를 담을 봉투가 없어서 다시 사느라고.

요즘엔 다음날 바로 배송이 되어 왔는데도 조금 미룬다.

요즘 자꾸 미루는 게 습관이 되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계속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하루는 식탁 위에 견과류를 다 펼쳐놓고 담을 봉투도 챙겼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5알씩 소분하기 시작했다.

1kg이 담겨있는 견과류를 다 소분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다행히(?) 호두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호두가 다 떨어지면 그만해야지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견과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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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 소분




내가 하고 있으니 재밌어 보였는지 두 아들도 함께 하겠다고 손을 걷고 나선다.

아이들은 비닐장갑을 끼면 불편하기에 손을 깨끗이 씻고 오게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니 금세 따라한다.

예전보다 조금 더 빨리할 수 있겠는데?

혼자 할 때보다 비좁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하니 심심하지는 않다.

두 아들, 처음엔 재밌다고 하더니 10분쯤 지나니 이것도 꽤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모든 일에는 힘이 든다고 애기해준다.

누군가의 수고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두 아들은 조금만 더 하다 힘들다며 손을 털고 일어선다.

그래,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고맙다.


소분할 때는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한번 해놓으면 편해서 좋긴 하다.

호두가 떨어질 때까지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큰 바스켓에 가득 채웠었는데, 이번엔 작은 바스켓에 채웠으니 말이다.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한 달 안에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호두를 사서 또 담기 시작해야겠지?

그러면 다음엔 꽤 소분을 해야 할 것 같다.

머리가 아프고 아무것도 신경 쓰기 싫을 때 해야겠다.

손만 움직이면 되니까 잡생각이 없어져서 좋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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