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말을 잘한다.
말이 많다기보다 (그렇다고 적은 편도 아닌 듯?)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감정이 앞서서 논점이 흐려지지 않는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부럽다.
지금 10살, 8살인 두 아들도 말을 잘하는 편이다.
아직은 어려서 감정이 뒤섞일 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이야기가 내 말문을 막히게 할 때가 많다.
남편도 가끔 말문이 막혀 아무 말 못 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남편보다 한 수 위인가? 싶을 때도 있다.
뭐, 물론 타인 앞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신사가 따로 없으니까.
두 아들 중 특히 첫째는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쉬지 않고 말했다.
뭔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그 조그만 입을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옆에서 들어주면서 피곤함을 많이 느꼈다.
어머님께 첫째 아들이 말을 쉬지 않고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어머님, 웃으신다.
남편도 똑같았단다.
말을 정말 쉬지 않고 끝도 없이 했단다.
남편 작은 아버지께서 '말단지'라는 별명을 지어줄 만큼.
아... 그렇구나! 이 아이는 강력한 유전의 힘을 가진 거였구나!
신기하면서 새삼 무섭다.
둘째 아들은 첫째만큼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괜찮은가 싶었는데...
이 아이는 5세 정도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타트가 조금 늦었을 뿐, 똑같았다.
둘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면도 보인다.
나보다 말하는 것이 낫다 생각한다.
그러면서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왜 말발이 약할까?
나는 필요한 말 이외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이야기할 때 가끔 버벅댈 때가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진 거다.)
아이들과 말다툼을 하면 내가 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느낀다.
아이들은 유전의 힘으로 말발도 타고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끝없이 말하다 보니 후천적으로도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나는 유전은 모르겠는데, 후천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질 수밖에.
두 아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조잘조잘 말을 잘할까 궁금하다.
보통 사춘기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입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그때는 말을 적게 하는 대신 논리로 무장해 내 입을 닫게 만들까 조금 두렵기도 하다.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그만 생각해야겠다.
아이들의 재잘댐이 힘들 때도 있지만 이때가 그리울 때도 있을 수 있으니 즐겨야겠다.
말만 많은 사람을 싫어한다.
타인의 귀를 어지럽히기에.
좋은 언어를 사용하는 좋은 사람을 좋아해서 두 아들도 그렇게 자랐으면 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말발은 갖췄을지 몰라도 예의는 후천적으로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서 그런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사례인가? 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느끼기에 잔소리처럼 들리는 이야기들을 할 때가 꽤 있다.
가끔 '이 얘긴 왜 하고 있는 거야?' 혼자 마음속으로 느낄 때도 있다.
나도 같이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