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을 샀다.
두 아들이 내 양산을 보더니 한 마디씩 한다.
"엄마, 할머니예요? 양산 들고 다니게요? 할머니들만 들고 다니는 것 같던데."
"아니거든요? 요즘에 봐봐요. 젊은 사람들도 다 들고 다녀요. 너무 덥잖아요. 눈도 부시고."
"에이, 몰라요. 엄만 이제 할머니인가 봐요."
아... 이 아이들은 나를 놀릴 때 도파민이 뿜뿜 뿜어지는 걸까.
이야기를 계속해봤자 도돌이표가 될 게 뻔하니 그냥 여기서 그만두는 게 낫지.
그러고 보니 나도 옛날엔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들만 양산을 쓰고 다니시네? 왜 굳이 양산을 쓰고 다니시지?
그런 생각을 했던 나였다.
그래서 양산을 살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졌다.
무더위와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결국 내가 양산을 사게 만들었다.
옛날에도 여름은 덥고 자외선이 쨍쨍 내리쬤다.
그래도 그때는 사지 않았다.
더운 것보다 무언가를 들고 다니는 귀찮음이 더 싫었으니까.
비가 올 때 우산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지만,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쓰는 수고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햇살 쨍쨍한 날을 좋아하기도 하고 유난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는 달리 친구들은 20대 중후반부터 양산을 썼다.
내가 귀찮지 않냐고 물어보면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자외선이 피부에 얼마나 안 좋은지 아냐면서.
알기는 알지만, 귀찮았다.
햇빛이 너무 쨍쨍해서 눈이 부실 때는 선글라스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원래 깨끗한 편이었던 피부에 뭐가 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도 하지만, 이건 내 피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해 설날에 친정 식구들이 모였을 때, 남동생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옛날엔 피부 진짜 좋았는데, 지금은 얼굴에 뭐가 이렇게 많이 났냐고.
아, 나도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심각하구나 싶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거니와 이번 여름의 더위는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 덥고 선글라스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내리쬐는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자니 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안 되겠다 싶었다. 양산을 사야겠다!
인터넷으로 양산과 우산 겸용이면서 아주 가벼운 걸 찾았다.
내가 양산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가 '나 양산이야!'라고 대놓고 나타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무거운 걸 들기 싫어서였으니까.
이틀 기다렸더니 도착했다.
정말 가벼웠다. 바람이 세게 불면 안정성은 떨어지겠지만 나는 햇빛을 가릴 용도로 샀으니까.
색도 뭐 그리 튀진 않고. 안은 암막처리가 되어 있어 햇빛이 내 눈까지 도달하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햇빛 쨍쨍한 날에는 무조건 양산을 들고나갔다.
나더러 할머니냐고 놀리던 두 아들도 슬그머니 내 양산 안으로 들어온다.
더운 건 더운 거지만, 그래도 눈과 머리카락은 어느 정도 보호되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양산을 썼던 거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뭐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구나.
이렇게 또 하나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