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날씨에 상관없이 내 몸이 축축하게 느껴지는 날이.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한 부위에서 여러 부위로 퍼져 나감을 느낀다.
처음엔 아주 작은 물방울이었을 텐데,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을 적시고 있다.
가물었던 내 몸과 마음에 내리는 단비라면 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안 그래도 습한 곳에 물이 더 차오르는 느낌.
찝찝하다. 잘못하다가는 곰팡이가 생길 것만 같다.
곰팡이가 생겨서 처치곤란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회색의 기운을 안고 살아가야 하니까.
이럴 땐 뽀송뽀송한 햇빛이 필요하다.
햇살 가득한 날씨에 축축해진 나를 탈탈 털어서 바짝 말리고 싶다.
내 몸과 마음에 습기를 이루고 있던 물방울들이 하나둘 하늘로 날아갈 수 있게.
그러면 내 몸과 마음에 있던 찝찝함도 모두 사라질까?
몇 시간 정도 햇빛에 바짝 말리면 될까?
하루만으로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언제 이렇게 쌓였지?
그때그때 햇빛에 널어 뽀송뽀송하게 말렸으면 얼마 안 걸렸을 텐데.
귀찮다고 미뤄뒀더니 몸과 마음은 습기를 머금어 더 무거워지고,
이 습기를 다 없애기 위한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되고.
이게 무슨 한심한 짓인지.
어째 매번 반복되는 줄 알면서도 제대로 대비를 못하는 건지. 아니 안 하는 건가?
햇빛에 나를 말리고 싶은 날은 잘 보이던 해님도 숨어버린다.
나랑 숨바꼭질을 하겠다는 건가?
잘 생각해 보니 햇살이 쨍쨍 내리쬐던 날, 나는 나를 널어 말리지 않았다.
햇살은 계속 비칠 테니 다음에 하자고 미뤄뒀었다.
그걸 제대로 알게 해 주려고 오늘은 숨어버린 걸까?
내 마음처럼 우중충한 날씨.
이래서는 내 몸과 마음이 더욱 습기를 머금게 될 것 같은데.
마음에서라도 환한 햇살을 상상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왜 가끔 이렇게 축축 쳐지면서 몸이 무겁게 느껴질까?
정말 잔뜩 물을 머금은 사람처럼.
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물이 아니라, 더욱 무겁게 가라앉히니 문제다.
빨래처럼 물기를 꼭 짜내고 탈탈 털어 햇빛 좋은 날 빨랫줄에 나를 널어서 말리고 싶다.
따스함이 나를 감싸면서 축축했던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겠지.
그동안 축축하게 젖어있던 물방울들이 수증기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겠지.
쓸데없는 생각, 복잡한 생각들도 함께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
그 수증기들이 모여 하나의 구름을 만들까.
어떤 구름일까? 뽀송뽀송 뭉게구름이었으면 좋겠는데, 이 상태는 먹구름일 것 같은데.
안 되겠다. 가끔씩 뽀송하게 말려야겠다.
한꺼번에 하려면 너무 힘들 테니.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어디까지가 내 한계선인지 정확히 정할 수가 없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
평점심을 유지하고 싶은데 왜 이리 힘들까.
왜 이렇게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마음에도 먹구름이 낄까.
그래도 더 짙어지기 전에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다 말리지는 못하더라도 조금만 말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