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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ug 29. 2024

치과 가기 싫어!!

요즘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치과에 간다.

영유아 구강검진을 시작으로.

괜찮으면 1년에 한 번 정기검진만 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면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꽤 자주 가야 한다.

아프면 가야 하는 곳이 병원이지만 약 먹는 것을 싫어하기에 아이들은 병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치과는 더 가기 싫어한다.

입을 계속 벌리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과 뭘 하는지 제대로 볼 수 없는데 기계음이 들려와서 그런가 보다.

그러면 이를 깨끗하게 관리하면 되는데 그건 또 귀찮으니 악순환이다.


그런데 치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은 어른인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치과를 성인이 된 20대 중반에 처음 가봤다.

그전에 이 하나가 불편하긴 했지만 치과 방문하는 것이 두려웠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세계여서 그랬나 보다.

그래도 어쩌겠나. 아프니 갈 수밖에.

내가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을 막 말씀하시는데 어지러웠다.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이가 하나, 발치해서 새로 이를 넣어야 하는 이가 하나, 그 외는 레진 치료.

음... 시간도 돈도 꽤 나갔다.

무엇보다 이를 계속 벌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침은 어쩜 그리 자주 고이는지. 잘못하다간 기도로 넘어갈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누워서 눈을 뜨고 있으면 의료진의 얼굴을 바로 봐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눈을 감고 있는데, 그러면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윙윙 거리는 기계소리와 내 이에 가해지는 약한 압력들까지.

나를 엄청 지치게 했다.


그런 내가 치아교정을 하기로 결심했다.

몇몇 이가 삐뚤어져 있어서 보기에도 좀 그랬고, 자주 음식물이 끼어서 불편했다.

30대 초반에 내 돈으로 시작한 교정.

나이 들어 시작한 교정이라 그런지 아프기도 했고 시간도 3년 정도로 꽤 걸렸다.

교정을 위해서는 자주 방문해야 하는 치과였지만 왜 그리 가기 싫었는지.

치아에 기구 넣어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고 X-ray 찍는 것부터 불편했다.

본을 뜰 때는 불편함의 끝판왕이었다. 이상한 물체가 내 입을 도포하는 느낌이어서 별로였다.

입이 그리 크지 않은 나인데 입을 항상 크게 벌리고 있어야 하니 조금 지나면 온몸이 지쳐있었다.

진료가 끝나면 입 주변에 얼얼한 느낌과 입술 주위 2cm 정도가 빨갛게 변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교정이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3년이 지나고 드디어 끝났다! 기쁘다! 그런데, 이런... 교정유지장치를 해야 한단다.

가느다란 철사를 위, 아래 앞니 뒤쪽 주변으로 붙이고 있어야 했는데 불편했다.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하고 있는데, 이게 잘 붙어있으면 상관없는데 떨어질 때가 있었다.

그러면 철사가 내 혀와 잇몸을 찔러서 아프기에 어쩔 수 없이 방문해서 다시 붙였다.

결혼 전에는 그나마 가까운 거리여서 괜찮았는데 결혼 후에는 이사해서 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너무 멀어서 유지장치가 떨어졌을 때 가까운 치과에 갔는데 원래 교정했던 치과로 가야 한단다.


그래서 아이들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둘째가 다섯 살 정도 때 다시 이전 치과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유지장치도 하기 싫어서 혹시 뗄 수 없냐고 물어봤다.

그러면 치아 바깥으로 꼈다 뺐다 하는 유지장치를 해야 하는데, 치아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웬만하면 유지하는 것이 어떻냐고 하셨다.

싫었다. 그냥 빼겠다고 했다. 꼈다 뺐다 하는 것을 하겠다면서.

그렇게 길고 길었던 그 병원에서 교정 역사는 끝났다.

지금 잘 때 끼고 자고 일어날 때는 빼는데 솔직히 이것도 불편하다.

안 하고 싶지만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하고 있다.

그렇게 치과와의 인연은 스케일링할 때만 빼고 없을 줄 알았다.

올해 8월 두 아들의 치과 구강검진을 위해 방문하기 전까지는.


첫째는 2년 전에 동네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7살이었던 첫째 아들은 부분 마취까지 해가며 충치 치료를 했다.

아이들이 양치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마무리는 내가 해주고 치실도 해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귀찮았다.

가끔 해줬지만 알아서 잘하라고 말만 했다.

두 아들 검진을 하는데, 둘째는 괜찮은데 첫째는 또 충치가 생겼단다.

충치가 생긴 이 2개를 치료해야 하고, 어금니 4개는 실란트를 해야 한단다.

아... 첫째에게 평소에 양치를 잘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고 나는 스케일링을 받았다.

그런데... 나도 충치가 있단다. 인레이를 해야 하는 이가 2개, 레진이 필요한 이도 몇 개 있다고...

아... 아이들에게 양치를 잘하라고 했는데 내가 더 심한 꼴이라니.

두 아들 나에게 엄마가 충치가 더 많다며 놀린다.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첫째와 나의 충치 치료가 시작되었다.

치과에 오랜만에 방문했지만 다년간의 교정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는 알겠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누워 있어야 하는 것과 본을 뜰 때의 느낌, 침이 고이는 것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마취할 때 약간 따끔한 것과 마취기간 동안 입이 얼얼한 느낌까지. 곤욕이었다.

첫째는 이제 9살인데 별말 없이 치료하고 있었다. 새삼 대단해 보인다.

아프다고, 싫다고 할 법도 한데 꽤 의젓하구나 생각한다.

그 이후로 아이들 마무리는 내가 되도록 하고 있고, 자기 전에 치실도 꼭 해준다.

나도 깨끗하게 양치하고 치실까지 마무리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유지해서 검진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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