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뭔가에 빠진다.
책 읽기, 공부하기, 정리 정돈하기, 걷기, 정보를 얻기 위한 영상 시청, 재미를 위해 보는 영상,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영상, 웹툰 등.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것이나 집안을 위한 것이면 어느 정도 뿌듯하다.
당장은 미미하긴 하지만 쌓이면 뭐라도 될 것 같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
그런데 거기에서 느껴지는 도파민 수치는 미적지근한 것 같다.
한때 열심히 했으나 조금씩 흐지부지되는 것을 보면.
반면 아무런 생각하기 싫어 보는 영상, 웹툰은 내 도파민 수치를 꽤 많이 올려준다.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거기에 빠져든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한 두 개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본다는 것이다.
1시간이 지나면 내 자제력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그만 봐야지 머릿속으로는 생각하는데 내 눈은 계속 스마트폰 화면을 쫓고 있다.
나에게 타협한다.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오늘만 좀 더 볼까? 내일 좀 힘들긴 하겠지만 내일 일찍 자면 되니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안 돼. 매번 그렇게 다짐하지만 또 반복하고 계속 힘들어하잖아. 여기에서 그만둬야 해.'
'아냐. 매번 그런 거 아니잖아. 조금만 더 보고 자도 괜찮아.'
갈등한다.
두 속삭임에 잠깐 고민하지만 대부분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을 훌쩍 넘어있다.
눈이 뻑뻑하고 잠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만 하나만 더 하다 시간이 그만큼 지난 것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잠에 든다.
그리곤 다음날 아침에 힘들게 일어난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니까 짜증수치가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나에게만 향하면 상관없는데 애꿎은 가족에게 향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라면 넘어갈 일도 괜히 꼬투리를 잡는 식이다.
그제야 자괴감이 든다.
'나 도대체 왜 이러냐? 공부한다고 늦게 잔 것도 아니고 그냥 도파민 팡팡 터트리려고 그런 건데. 다 알면서 매번 속고 다음날 한심해하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한때 유튜*, 웹툰 앱을 삭제했다.
더 이상 보지 않겠다 다짐하고.
하지만 웬걸.
유튜*는 일주일쯤 후에 다시 깔고, 웹툰은 1년 만에 다시 깔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으니까. 시간도 잘 가니까.
그런데 후회가 남는다.
적당히 즐기면 재미로 끝났을 텐데, 시간이 길어지니 그런 것이다.
나 이렇게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었나? 요즘 내가 좀 힘든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가끔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까지 자책하나 싶기도 한데.
그게 지속되면 좀 문제이지 않을까 싶은 거다.
시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요즘 너무 나 자신을 놓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열심히 살고 싶은 나와 뭘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어 게으름 피우고 싶은 내가 매번 싸운다.
나 자신이 너무 게을러진 것 같을 때, 남편에게 가끔 물어본다.
"오빠, 나 요즘 너무 게을러진 것 같아요. 귀찮은 게 너무 많아요. 하기 싫은 것도 많고요."
"누구나 그럴 때가 있죠. 그런데 내가 보기엔 게으른 것 같지 않아요."
"왜요?"
"하기 싫다면서도 집안일 다 하죠. 좀 누워서 쉬라고 해도 눕기 싫다고 앉아 있죠. 내가 보기엔 누구보다 부지런해요. 쉴 때는 모든 걸 놓고 쉬라고 해도 답답해서 못하잖아요. 그러니 게으른 게 아니에요."
남편의 말을 들으니 그런가 싶다.
정말 많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 빼고는 누워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니까.
뭐라도 하고 있으니까.
내가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나?
이상향을 너무 높게 정해놓고, 흐트러지는 나를 용납하지 않는 건가?
아닌데, 많이 흐트러지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요즘 너무 추워서 모든 게 귀찮게 느껴져서 그런가?
두 아들 방학이라 나도 같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어버렸나?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둘러싼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즐기자.
너무 힘들게 나를 옭아매지 말자.
다짐하고 잊고 또 다짐하고 또 잊어버리고 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