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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하지 마요."

by 느린 발걸음

'토닥토닥 : 잘 울리지 않는 물체를 잇따라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도닥도닥’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두 아들을 재울 때 자주 토닥토닥한다. 신생아 때부터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처음엔 좋은 꿈 꾸고 잘 자라고, 나중엔 이젠 그만 제발 자라는 의미로.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을 때 토닥토닥한다.

나의 손짓이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토닥토닥'이라는 단어와 행동에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토닥토닥'으로 따스함을 건네받았기에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토닥토닥' 해준다.


하지만 모든 '토닥토닥'이 힘이 되어주는 건 아니다.

월요일이었다. 오전 8시 30분경 아이들 등교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복통이 시작됐다.

작년 말에 한 번, 올해 초에 한 번 경험한 일이긴 했지만 예기치 않은 복통은 너무 힘들다.

서 있기도, 앉아 있기도, 누워 있기도 힘든 통증. 하복부와 허리 전체로 느껴지는 통증.

토할 것 같은 느낌도 약간 들고. 얼굴도 사색이 되어 버렸다.

남편은 내 모습을 보더니 119를 부를까 물어봤다.

아무리 아파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차를 타고 이전에 갔던 내과를 가기로 했다.

응급실로 가야 하나 내과를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과가 가깝기도 하고 응급실에서는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까.

겨우겨우 움직여서 병원에 간 후 남편이 접수를 하고 진료 볼 때까지 기다렸다.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서 남편 무릎에 기대서 누웠다.

그때 남편은 나를 위로해주고 싶었는지 '토닥토닥'해준다.

보통 때 같으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토닥토닥'이었을 텐데, 그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안 그래도 힘든데 진동이 아주 크게 느껴지면서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토닥토닥하지 마요. 힘들어요."

남편은 알았다며 그냥 어깨를 감싸줬다.


진찰받고, X-ray를 찍었다. 이전과 똑같았다.

장에 가스와 변이 차 있단다. 그때도, 지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변비로 고생한 적이 없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통증이 느껴지는 거였다.

약을 처방받아먹고 며칠 후에 괜찮아졌기에 이번에도 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산부인과 진찰도 한번 받아보라고.

그러고 보니 결혼 전에 난소 낭종으로 복부 통증이 심해서 응급실에 갔다가 다음날 응급수술을 한 기억이 있다.

작년에 산부인과 검진 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모르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찰 다 받고 처방전을 기다리는데 남편이 또 '토닥토닥'한다.


따스한 마음으로, 내가 걱정되어서, 얼른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토닥토닥'임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무런 소용도 없다.

아주 작은 토닥거림이 나에겐 아주 큰 진동으로 느껴져 몸이 더 힘들어질 뿐이다.

남편에게 얘기한다.

"오빠, 내가 토닥토닥하지 말랬잖아요. 진동이 느껴져서 힘들다고요."

남편은 자기도 모르게 토닥토닥하고 있었다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남편의 마음을 아는데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더 미안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다.

집에 와서 약을 먹고는 바로 누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아파서.

그렇게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을 보냈다.


아프고 정신없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음을.

남편 덕분에 병원에 빨리 갈 수 있었기에,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다시 알았다.

그리고 '토닥토닥'도 때와 장소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올 수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을 수 있으니.


참, 이틀 후 산부인과 진찰을 받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장에 가스가 차 있는 것 같다며 소화기 문제인 것 같다고 하셨다.

어차피 올해 건강검진을 해야 하니 대장내시경을 추가해서 얼른 해버려야겠다.

다행히 목요일 정도 되니 누를 때 조금 불편한 것 말고는 괜찮아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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