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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11. 2023

하늘이 우중충하면



내 기분은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 사실인데, 왜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맑고 파란, 깨끗한 하늘을 참 좋아한다.

이건 어려서부터 그랬다.

갑자기 올려다본 하늘에서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람이 주는 상쾌함이 좋았나 보다.

어디선가 청량함을 한껏 담은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의 찌꺼기까지 다 씻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또한 들었다.

파란 하늘이 좋아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도 항상 가을이었다.

다른 계절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유독 가을이라는 계절에 자주 모습을 보여주니까...


하늘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지상에서의 삶을 잠시 잊게 되는 것 같다.

하늘이 나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맑은 하늘을 보면서 두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오늘 하늘 정말 맑지? 기분까지 너무 좋아져!"

두 아들과 하늘의 하얀 구름을 보며 저 구름은 무슨 모양 같다면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순간이 참 좋다.

하늘의 구름을 보면 어떤 모양을 떠올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두 아들도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재밌다.

아직은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이 보는 하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렇듯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덩달아 맑아지는 기분이다.


반면 우중충한 하늘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기분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아서 보고 싶지 않다.

그 우중충함이 나에게 물들 것 같아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도 흐린 기운이 발산하는 우중충함은 어딜 가나 느낄 수 있기에 기분이 쉽사리 업되지 않는다.

새삼 날씨 하나에도 참 많은 영향을 받고 사는구나 싶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뿌연 하늘은 내 기분에도 그 뿌연 먼지를 일으킨다.

뿌연 하늘만큼 내 마음도 뿌옇게 변해서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마구 어지럽혀진 내 마음은 보통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뾰족 가시를 세우게 된다.

그 가시에 나도 상처받으면서 당시에는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렇게 자그마한 것 하나에도 내 감정은 영향을 받고 사는지...

아직 내 마음이 단단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본다.

단단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채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감정이 요동친다.

간혹 내 머리로도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분명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고, 그 순간에도 머리, 가슴 한편으론 이미 후회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제하지 못하고 질러버리는 감정들...

의식해야 하는데 잠시 망각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도 감정이 불쑥 튀어나온다.

내 감정을 조금 더 단단하게 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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