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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13. 2023

물냉 vs 비냉



여름 하면 저절로 생각나는 음식, 냉면.

차게 해서 먹는 국수라는 뜻에 걸맞게 시원함이 저절로 연상된다.

더운 날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나도 그렇지만 두 아들도 이젠 냉면이 떠오르나 보다.

"엄마, 오늘 너무 더우니까 냉면이 땡기네." 그 작은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인데 언제 저렇게 컸나 싶다.

선생님, 친구가 사용하는 말을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말해서 어쩔 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냉면을 먹고 싶어 냉면집에 가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게 된다.

20대까지는 고민할 필요 없이 무조건 물냉이었다.

시원하려고 먹는 건데 시원한 육수가 담긴 물냉이 최고!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이상하게 비냉이 궁금해졌다.

비빔국수처럼 보이는 저것이 뭐가 맛있다고 사람들이 찾는지 신기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서 비냉을 한번 시켜봤다.

음… 물에 담진 시원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매콤하면서 달콤한 양념과 함께 버무려진 면이 맛있었다!

비냉을 시키면 항상 같이 나오는 따스한 육수도 더워서 차가운 것만 들이키던 속을 중화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이후엔 거의 비냉을 많이 먹었다.



https://pin.it/2EA9COo




이 입맛이 또 한 번 바뀐 계기가 임신한 이후다.

입덧으로 뭘 제대로 먹지 못했던 나인데 그나마 시원한 것은 조금 들어갔다.

차가운 겨울에 물냉면을 시켜서 따스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먹었던 기억이 난다.

텁텁하고 까끌까끌하기만 했던 입맛을 차가운 것으로 덮어버림으로써 메슥거렸던 속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솔직히 그 당시 무엇을 먹어도 음식 고유의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기에 맛으로 먹었다기보다 그 시원함으로 잠시나마 속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비록 먹으면서 다 먹은 후 추워서 이를 덜덜거리면서 얼른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임신했을 때는 비냉을 전혀 먹지 않았구나!

임신 전에 내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비냉의 양념이 어쩐지 내키지 않았던 거다.

이런 것을 보면 임신과 입덧이라는 것은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많이 경험하게 했다.

특히 음식에 있어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던 나에게는 일종의 시련이었으니, 분만 후 입맛을 찾은 후 임신 때 먹지 못했던 음식을 거리낌 없이 섭취했나 보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냉면을 먹을 일이 있으면 물냉을 먹었다.

왜 그런지 비냉이 당기지 않았다.

그러다 1년 전부터 갑자기 비냉을 먹고 싶어져서 비냉을 몇 번 시켰다.

이… 역시 한때 내가 좋아했던 비냉이구나! 싶었다.

비냉 양념은 아이들이 먹기에는 좀 매워서 아이들에게 주지 않고 혼자 독차지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도 있으려나?

매번 음식을 시키면 "엄마 그건 어떤 맛인지 궁금해. 나 조금만 줘 봐." 이러면서 맛있으면 내 것을 거의 다 먹는 두 아들이기에… 내 음식은 내가 지킨다!라는 것이 은연중에 작동했을 수도 있으려나? ㅎㅎ

그런데 두 아들이 잘 먹으면 기분이 좋아서 그 당시에는 "그래, 다 먹어"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도 아까 좀 먹을걸'이라는 아쉬움도 남긴 했으니까…


요즘은 물냉 vs 비냉 중 무엇을 먹느냐?

그냥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먹는다.

딱 하나 정해두지 않고 그날그날 내 입맛이 요구하는 대로!

왜냐? 물냉은 물냉만의 매력이 있고, 비냉은 비냉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각자의 매력을 다 알기에 무엇을 먹어도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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