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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18. 2023

뾰족뾰족한 내 마음



나는 나 자신을 참 모르고 살았다.

내 마음이 뾰족뾰족하다는 것을 몰랐다.

아니, 숨겼다고 해야 할까?

꼭꼭 숨겨두어서 나조차도 깜빡 속았다.


내 마음이 동그랗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적어도 네모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몇십 년을 그렇게 나 자신의 본모습을 속이면서 살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나 보다.

나의 마음속 응어리들은 내 가슴속에만 차곡차곡 쌓아둔 채...

괜찮은 척하면 진짜 괜찮아진다고 내 마음을 속이면서 살았다.


이런 나의 마음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민낯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사람은 많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 부정적인 감정을 내 마음속에서만 처리하려 하다 보니 병이 났다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 감정의 찌꺼기들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감정들을 뱉어낸 후 내 마음이 편했나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후회와 죄책감의 감정이 몰려왔다.

뾰족뾰족한 내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던 순간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뾰족한 가시가 박혔던 것 같다.

그 뾰족함이 나를 힘들게 한 상대에게 향하면 상관없는데, 애꿎은 대상에게 간 적이 있다.

그러면 내 마음은 저 깊은 바닥에서 허우적댄다.


엄청 뾰족뾰족해서 다른 사람에게 많은 상처를 주는데 정작 본인은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것을 이 나이에 와서야 깨닫는다.

그 뾰족한 사람들 때문에 내 마음이 뾰족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거리를 두게 되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다.

나를 뾰족한 마음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가장 상처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시간이 흐르면 내 뾰족한 마음도 조금은 뭉턱해질까?

아직 내가 뾰족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나만 아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나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일까?


나의 뾰족함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향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본다.

지금보다는 덜 뾰족해질 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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