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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25. 2023

애가 엄마를 닮았나 봐



두 아들의 어렸을 적 사진과 동영상을 볼 때가 있어요.

그 당시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는데, 지금은 며칠에 한 번꼴로 많이 줄었네요.

부모가 된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처음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그 막막함이 아직도 생각나요. 이 조그만 생명체가 언제 자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는데, 두 아들이 벌써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이 되었네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두 아들도 본인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는지 가끔 제 스마트폰을 찾아요.

둘이 제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딱 붙어서 키득거리면서 웃으면서 보는데 그걸 지켜보면 웃겨요.

기억도 나지 않을 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가끔 궁금하기도 해요.

둘이 서로 형이 귀여웠네, 동생이 귀여웠네 하면서 이야기하는데 그런 둘 다 귀엽습니다. ㅎㅎ


며칠 전에 남편이 두 아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멋진 윤OO(첫째), 귀여운 윤OO(둘째), 우리 사랑스러운 아들들~ 아빠를 닮아서 이렇게 귀엽고 멋지네요. 이리 와요. 아빠랑 뽀뽀해요.”

남편은 두 아들에게 애정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주 잘합니다.

저는 저런 말을 잘 못하는데 아주 씩씩하게 저런 고백을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내죠.

두 아들은 귀찮음 반 좋아하는 마음 반인 표정으로 남편과 뽀뽀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제 표정은 세 남자를 귀엽게 바라보기도 하고, 남편의 저 자신감에 웃기도 해요.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첫째 아들이 아주 아기였을 때의 일이 생각났거든요.


첫째가 완전히 아기였을 때, 저는 무서워서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어요.

정말 나가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둘이 집에 같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만 있으면 엄청 답답해하는 저인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나 싶네요.

둘째는 아기였을 때부터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첫째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겁도 엄청 많았던 것 같아요.

매일 집에서 첫째와 함께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남편이 가끔 첫째를 유모차에 태워서 밖에 나가곤 했어요.

그 시간이라도 좀 제대로 자라고요.


첫째가 돌이 조금 넘었을 때였을 거예요.

그 당시 저희 첫째, 아들인데 딸이냐는 소리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쁘게 생긴 데다 웃을 때는 눈웃음까지 있어 살살 녹았습니다.

남편이 첫째와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벤치에 잠깐 앉아 있었다고 해요.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첫째가 너무 이쁘고 귀엽다고 폭풍 칭찬을 하셨대요.

당시 첫째는 순하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뻐했어요. ㅎㅎ

(지금은 뭐... 수다쟁이에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고, 애가 너무 이쁘네. 누굴 닮아서 이렇게 이쁜 건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남편 얼굴을 한번 쓱 훑어보셨대요.

그러고는 “아~ 애가 엄마를 닮아서 이쁘구나.” 이러셨대요.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듣고 허허하고 웃었지만 조금 어이가 없었대요.

그 할머니는 제 얼굴을 알지 못하는데, 남편 얼굴을 보고는 혼자 판단하셨던 겁니다.

남편이 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억울해하던 생각이 나네요.

“아니 아빠 닮아서 이쁘다도 해 줄 수도 있지 않아요? 엄마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엄마 닮아서 이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고요.”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뒤로 넘어가게 웃으면서 남편을 위로해 줬어요.

제가 저런 비슷한 이야기를 결혼 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거든요.


결혼식 전에 남편이 직장에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 같이 인사를 드렸는데, 그때 친하게 지냈던 직장 언니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OO는 진짜 성격만 보고 결혼하는구나.”

그 말을 듣고 의아했어요. 엥? 나름 얼굴도 본 건데? 성격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 남편 나름 귀여운데 혼자 생각했더랬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남편의 외모가 조금은 별로인 것처럼 느껴지나?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 눈에만 이뻐 보이면 되지 이랬어요.


결혼 후에는 옷도 다 제가 챙겨주고 해서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남편.

지금 어디 나가면 본인 나이보다 어리게 본다고 좋아해요.

본인이 원래 노안이라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젊어진다나요? ㅎㅎㅎ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이 제일 귀엽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잘생긴 건 음... 양심에 찔려서 제일 잘생겼다고는 못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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