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

by 느린 발걸음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갔던 대중목욕탕.

자주는 아니었지만, 추운 겨울철 일요일이나 명절을 앞두고는 꽤 갔던 것 같다.

일요일에는 보통 오전 일찍 갔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때 가야 편하게 목욕할 수 있어서.

겨울철에 목욕을 하고 나오면, 머리카락이 다 마르지 않아 추위에 머리카락이 얼어붙을 것 같았던 느낌이 기억난다.

명절에는 음식을 다 해 놓은 후 늦은 저녁에 갔다. 음식 냄새를 없애기 위한 것도 있고, 차례 준비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다음날 차례를 지내려면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그때는 목욕탕에 가는 것에 대한 어떤 설렘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집에 샤워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던 때라 그랬을 수도 있고, 가끔 엄마가 사준 요구르트를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좋았을 수도 있다.


목욕탕에 가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필요했다. 목욕 바구니에 샴푸, 린스, 비누, 때타월, 수건 등을 챙겼다.

보통 엄마가 많이 챙겼고, 가끔 내가 챙기기도 했다. 여자들 바구니는 꽤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목욕탕 입구에 가면 남탕과 여탕이 따로 나뉘어 있어서 계산을 하고 여탕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운 공기가 훅하고 나를 감싸면서 더운 증기 냄새가 느껴졌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탕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목욕을 다 끝내고 나온 사람들로 혼잡했다.

조금 한가할 때 가면 괜찮았는데, 명절 앞두고 가면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서 저기를 어떻게 뚫고 들어가냐 걱정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어떻게든 자리는 생겼던 걸 보면 신기했다. 엄마의 힘이었을까?

들어가서도 자리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바가지를 챙기고, 빈자리가 있으면 얼른 가서 자리를 잡고, 아니면 어중간한 곳에 일단 자리를 잡고 일차적으로 대충 씻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보통 온탕과 냉탕이 있었는데, 나는 거의 온탕에만 갔다. 그때부터 추운 게 싫었던 걸까?

온탕의 물 온도는 항상 살짝 뜨거웠다. 이러다 몸이 익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될 정도로.

그래서 처음에는 다리만 살짝 담갔다. 따스한 기운이 조금씩 전해지고 뜨거움에 조금 적응되면 서서히 몸 전체를 탕 속으로 밀어 넣었다. 들어가 있으면 뜨끈 뜨근하고 노곤한 게 좋았다.

탕 속에서 몸을 뜨끈하게 어느 정도 데웠으면 나가서 서로 때를 밀어주고 머리카락을 감았다.

양치질도 하고, 비누칠도 하면서 씻고, 마지막에 깨끗한 물로 헹구고 나왔다.

목욕하는 시간은 보통 1시간 남짓했던 것 같다. 사람이 많으면 더 일찍 나오기도 했고.

나와서는 수건으로 닦고 머리카락은 거의 말리지 않은 채 나왔다.

엄마가 요구르트를 사 주면 빨대에 꽂아서 쭉쭉 빨면서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동네에 대중목욕탕 하나쯤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곳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다른 곳을 갈 정도로 몇 군데 있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많이 없어져서 그런 건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도 대중목욕탕에 언제 마지막으로 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느 순간부터 가는 게 꺼려졌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운 공기가 가득한 목욕탕에 있으면 어지러웠다. 머리가 팽 돌면서 힘들어졌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아무도 보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사람들 속에 있는 것도 싫었고.

부산에 살 때는 엄마를 따라 대학생 때까지는 가끔 갔던 것 같다.

내가 가지 않으면 엄마가 같이 갈 사람이 없었으니까. (여동생은 어느 순간 함께 가지 않았다.)

엄마가 서운해하는 게 조금 느껴져서 가끔씩 따라갔다. 그런데 내가 서울로 오고 나서 그럴 기회가 없었다.


서울에 와서는 갈 일이 더더욱 없었다. 샤워로도 충분했으니까.

너무 더운 곳에 있으면 어지러운 것도 여전했고,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곳에 옷을 벗고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도 가끔 친구들과 찜질방을 가기는 했다. 한때 찜질방이 핫했으니까.

여기저기 다니다가 씻을 때는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가 되면서부터 목욕탕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집에서 충분히 씻을 수 있으니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혼자 편하게 씻는 게 마음 편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목욕탕에 가야 하는 날이 있었다. 혼자 사는 집 수도가 고장 났을 때.

딱 2번 그랬는데, 출근을 해야 했기에 근처 목욕탕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출근 전에 얼른 가서 씻고 온 기억이 있다. 다행히 이른 시각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없기도 하고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얼른 후다닥 씻고 나왔다.

그때 이후로 대중목욕탕을 간 적이 없다. 찜질방도 물론이고.

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찾아서 간다는데, 난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집에 욕조도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더 꺼리게 된 것도 있다.


그러고 보면 두 아들은 태어난 이후 목욕탕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는 대중목욕탕에 관한 추억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지금 동네 주변을 봐도 잘 보이지도 않고, 남편도 집에서 씻는 걸 더 좋아한다.

나중에 찜질방이나 가려나. 난 어차피 성별이 달라서 두 아들 씻기는 건 남편 몫이다.

이럴 때는 아들만 있는 것도 편하긴 하다.

지금도 내가 어릴 때 갔던 대중목욕탕의 모습일지, 아니면 바뀌었을지도 궁금하다.

그렇다고 내가 가고 싶지는 않은데... 남편에게 두 아들을 데리고 한번 갔다 오라고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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