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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y 07. 2023

인연은 있다?!



결혼하기 전에 정말 신기했던 것이 있어요.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 느낀다는 말이요.

결혼한 분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제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 대부분 그런 생각을 어느 순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전까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저런 것이 가능한가? 의문스러웠어요. 

그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그렇게 느낀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제 나이 30이 넘어 사람을 만날 때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엔 좋아서 만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아... 이 사람은 결혼까지는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들이 몇 번 쌓이다 보니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궁금했던 거죠. 


그렇다고 나이에 쫓겨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인생의 중후반부를 함께 할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었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신중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뤄 가끔 초조해지기도 했지만, 제 삶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하려면 제가 바라는 남편상과 어느 정도는 일치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던거죠. 

그런데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느 날 제가 원하는 남편의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이어리에 적어봤어요. 10가지 정도로 적었던 것 같아요. 

그중 제일 첫 번째로 적었던 것이 성격이에요. 저와 성격이 맞지 않고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은 제게 너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렇게 다이어리에 원하는 남편의 모습을 적어놓고 믿지도 않는 여러 신께 기도도 했어요. (원래는 무교인데 이럴 때만 아무 신이나 소환하는 것 같아요. ㅎㅎ) 이제는 좀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냐면서요. 


그렇게 다이어리에 기록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나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처음엔 잘 몰랐어요. 괜찮은 것 같은데?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제가 말을 많이 했어요. 당시 직장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있던 상태였긴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제 모습이 낯설었어요. 

원래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낯도 많이 가려서 첫 만남에서는 단답형 위주의 말을 주로 해서 가끔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어느 정도 친해져야 조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편은 처음부터 제가 말을 많이 한 특이 케이스였죠.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다 자연스레 결혼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 가 아니라 이 사람과 결혼을 어떻게 하지? 였어요.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어느 순간 스며들었어요.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아! 인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꾸는 제 모습을 보며 느낀 거죠.

나의 모든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 그 이야기를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에요. 이렇게 부부라는 인연으로 만난 저와 남편은 이제 햇수로 결혼 9년 차예요.

우리 둘이 맺은 인연은 새로운 인연들로 계속 가지치기를 하고 있어요.


남편뿐 아니라 살면서 만난 사람들 모두 인연이라는 것으로 묶여있죠.

좋은 인연이 있으면 나쁜 인연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는 관대하지만 저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관계를 끊어버려요.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기도 한데, 당시 저는 그 사람을 받아줄 마음의 자리가 전혀 없었어요.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도 저 같은 사람에게는 버거운데, 나쁜 사람들에 휩쓸려서 다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 주변에 많은 사람이 없는 이유겠죠. 이런저런 저만의 기준을 세워 사람을 판단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제 마음이 편한 것이 좋아요. 나에게 힘든 인연은 놓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좋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어지려면 서로 노력해야지, 안 그러면 한쪽이 지치잖아요.

지치는 것이 반복되면 어느새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나의 소중한 인연을 잘 이어가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노력하고 살아야겠어요.

서로를 배려하는 인연이라면 소중히 여기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좋은 인연으로 삶이 더욱 즐거워지고 반짝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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