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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25. 2023

나만의 도서 리뷰 :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제목부터 뜨끔합니다.

상대방은 원하지 않았는데 혼자 잘해주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혼자 상처받았던 지난날들이 생각났어요. 지금은 그런 것이 제 인생에도, 타인의 인생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알고 있는데 한 번씩 혼자 잘해주고 대가를 바라는 제 좁은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순간을 인식할 때마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은정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수많은 내담자를 만났어요. 그들을 지켜보며 일, 사랑, 공부, 관계 등 모든 시작이 서툴고 어색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어요. 출간된 지 7년이 지났는데, 2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저자는 이 책이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완벽한 처방전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알의 비타민 혹은 영양제처럼 곁에 두고 복용하는 심리 캡슐이 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진정한 관대함은 내가 해줄 수 있을 만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상대에게 바라지 않을 만큼 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지키는 것이다." (P. 6~7)


내가 많이 주면 상대방도 많이 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기대가 무너질 때 관계가 힘들어지고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지키는 것! 꼭 명심해야겠어요.     


"심리적 거리두기는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에 대한 내 행동의 경계를 정하는 것이다. 남들 신경 쓰지 말고 나답게 살기를 연습해야 한다." (P. 8)


이 세상에 나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어요. 타인을 바꾸겠다는 오만한 마음을 버리고,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적정한 거리를 지켜야겠어요.    

 

"상처받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어떤 것보다 센 외부 자극이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청각, 시각, 촉각 등 다양한 자극에 노출된다." (P. 75)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려고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가끔은 혼자 치유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해요.      


"1분 1초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혼자만의 시간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를 잘 구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은 고유의 아우라가 존재한다." (P. 82)


혼자만의 시간 글에 많이 공감한 것을 보면 지금 혼자만의 욕구가 정말 강한가 봐요. 예전엔 외로움에 힘들어한 적도 있었는데, 결혼하고 두 아들을 양육하다 보니 짧아도 혼자있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더라고요.


2013년 도브가 '리얼 뷰티 스케치'라는 캠페인을 열었어요. 몽타주 화가는 두 장의 스케치를 그려요. 한 장은 여성이 본인에 대해 말한 대로, 나머지 한 장은 후속 참가자가 방금 나간 사람의 외모에 대해 말한대로요. 결과가 예상되지 않나요? 자신을 칭찬하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      


"완벽한 시작은 존재할 수 없다. '시작점'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지점이다. 당연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목표를 향하면서 얻는 것들, 즉 과정이 완벽한 끝을 만드는 것이다." (P. 150)


시작이란 원래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시작에서 조금씩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무엇이든 형태가 드러나겠죠? 자신의 틈을 인정하자고요! 그럼 훨씬 편해요.     

 

책을 쭉 읽어 내려가면서 제가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저 자신을 많이 잃어버리고 자존감도 떨어진 채로 몇 년을 헤맸거든요. 당시 이 책으로 위로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제 삶과 주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람마다 다른 정신적인 처방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저자는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기에 이런 글도 쓸 수 있었겠죠. 책에 유독 20~30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는 시기이기에 많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많이 신경 쓰고, 많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 처방전 같은 책이에요. 나 자신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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