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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27. 2023

엄마, 엄만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



"엄마, 엄만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

두 아들이 가끔 저에게 질문합니다.

그러면 음... 뭐가 제일 좋지? 뭐라고 답하지?

머릿속에서 잠깐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으면 두 아들이 먼저 대답해요.

"아! 엄마는 엄마가 제일 좋지? 그다음엔 뭐야? 가족? 책?"

아... 나 내가 제일 좋다고 대답 못 할 뻔했네...

두 아들이 나를 제일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거죠.


지금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인 두 아들.

3년 전 처음 같은 질문을 하는 두 아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내가 제일 사랑해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엄마이고, 너희들은 너희들 각자를 제일 사랑해야 하는 거야. 누구도 너희만큼 너희를 사랑해 줄 수 없어. 너희가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을 해준 이유는 제가 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말만 많이 들었어요.

자신을 사랑하면 나르시시스트라고 하면서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죠.

누구도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내면을 단단하게 키운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을 우선순위에 놓고 그들의 시선에 신경 쓰며 살다 보니 저라는 사람은 항상 뒷전이었어요.


가끔 못난 내면이 마음속에서 솟구쳐 오르는데도 그것을 감추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뭐... 표정에 어느 정도 드러나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런 표정을 자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마음이 얇은 유리 조각처럼 조금만 건드려도 깨져버릴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두 아들을 낳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제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조차 않았거든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적힌 책들을 읽으면서, 처음엔 그런가? 했다가 책의 권수가 쌓여가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나? 물어봤을 때, 음... 사랑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를 몰아세웠구나! 알았어요.

그리곤 깨달았죠.

아...! 그래서 내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구나.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나라는 사람이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고, 타인도 진정 사랑할 수 있구나!


지금까지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해보기로 했어요.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내 인생이니까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줬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고 그다음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라고요.

가끔 저도 잊을 때가 있는데 두 아들 덕분에 다시금 깨달아요.

아! 나 또 잊어버리고 있었네! 두 아들에게 배우는구나! 하고요.


뭐,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불 킥하는 경우도 있고, 후회로 가득한 날들도 있지만, 그런 나조차 나니까 보듬어줘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잘못한 것은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겠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면 꼭 사과하라고 하고, 고마운 것은 꼭 감사 인사를 하라고 이야기하는데...

가끔 그렇게 가르친 제가 그 말들이 목구멍에 걸려서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목구멍으로 다시 삼킬 것인가, 한마디 내뱉을 것인가 아주 잠깐의 고민을 하다 용기를 쥐어짜 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면서 나 사과했어! 기특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더 떳떳하게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인생이란 길이 쫙 펼쳐진 고속도로처럼 매끈하다면 좋겠지만, 그런 인생이 있을까요.

울퉁불퉁해서 다듬어 나가야 할 인생의 길이 많고, 중간에 수렁에 얕게 또는 깊게 빠질 때도 있겠죠.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 내가 단단히 버티고 있으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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