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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28. 2023

나만의 도서 리뷰 : 최재천의 공부


작년부터 '최재천의 공부' 책을 읽어보고 싶었어요. 궁금했거든요. '공부'라는 제목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최재천'이라는 이름이 붙으니 조금은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면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학창 시절부터 주야장천 배워왔던 단편적인 지식만을 흡수하는 공부와는 다를 것 같았거든요. 저는 입시를 위한 주입식, 경쟁식 교육받았고 아직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저의 한계를 발견하곤 해요. 이런 저 자신의 단단한 알껍데기도 깨부수고 싶었고, 앞으로 공부해야 할 두 아들에게 어떤 것이 진정한 공부인지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제는 평생 배우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공부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조금은 새로운 시각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어요.


이 책은 최재천 교수와 안희경 저널리스트가 2021년 4월부터 2022년 1월 사이에 나눈 대담을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최재천 교수의 삶과 시행착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그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상을 들어보고, 공부의 뿌리에서 변화까지 100세 인생에 필요한 배움과 깨움에 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공부의 뿌리, 공부의 시간, 공부의 양분, 공부의 성장, 공부의 변화, 공부의 활력 총 6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어요. 공감 가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몇 가지만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런 책을 꼭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최재천 교수님. 얽힐 대로 얽혀서 제대로 풀 수조차 없어 보이는 한국 교육에 대해 이제 과감하게,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이야기해요. "저는 인생 전체를 온전히 사람답게 살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하시면서요.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코로나 같은 재난은 이어질 것이기에 초·중등 교육에서 환경 교육을 가르쳐야 한다고 해요. 환경 교사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환경을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알려주고,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비 지원 체계를 분리해야 한다고요.


저는 환경 교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지금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교사라는 생각이 드는데, 2022년 9월 기사를 찾아보니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교사는 단 41명만 존재한다고 해요. 스스로를 멸종 위기종이라 부른다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이 정말 필요한 교육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어요.


�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P. 39)


알면 사랑한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알아가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말이고, 그런 노력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이해하게 되거나 정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기도 하겠죠. 제가 지금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도 어찌 보면 제대로 알기 위해서예요. 저 자신뿐 아니라 타인, 세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알게 됨으로써 조금 더 겸손해지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아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관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시골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에 가서 오전 오후에 자연 수업을 한다는 최재천 교수님. 날씨가 좋은 날에는 논이나 산에서 수업을 하고,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비가 오면 교실에서 수업을 한대요. 교수님이 가장 많이 쓰는 문구가 '공부하는 줄 몰랐는데 배웠더라'라고 해요. 재미있게 논 것 같은데 뭔가를 배운 느낌을 갖게 하는 거죠. 아이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고 습득하도록 어른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그것이 바른 교육이라고 해요.


최재천 교수님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는 수포자였는데, 미국에서 수학 천재로 거듭나셨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푸는지를 가르치는데, 미국에서는 어떤 상황을 주고 어떻게 풀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궁리하고 2주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배우지도 않은 문제를 결국은 푼다고 해요.


� "많이 읽은 사람들이 글을 잘 써요.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합니다." (P. 134)

�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어른이 배우고 훈련받을 곳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지금, 결국 책밖에 없어요. 취미 독서는 아예 깨끗이 잊으세요. 독서는 일입니다." (P. 144, 146)


리뷰를 남기려고 노력하다 보니 예전보다는 독서를 빡세게 일처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자기계발서나 마음을 살살 건드리는 책도 읽거든요. 교수님께서는 그런 책을 왜 읽냐고 하시는데, 저는 그런 책을 한 번씩은 읽어줘야 제가 살 것 같더라고요. ㅎㅎ 본인에게 맞는 독서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 (P. 189)

� "특별한 사람만이 다재다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특질은 다재다능함에 있다. 스스로 한계를 짓고 말고 마음껏 하라고요." (P. 191)


학창 시절에 많이 들은 말이 딴짓할 생각 말고 공부나 해! 아니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왜 학교에서 공부만 했을까 후회스러울 정도예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주입되는 것만 욱여넣었으니 이제라도 제 삶을 살아보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제 스스로를 한계 짓고 있는데 까짓것 그냥 해보지 뭐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잘 기억해야겠어요.


�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악착같이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요.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고속도로 같은 길이 눈앞에 보입니다. '이거다!' 싶으면 그때 전력으로 내달리면 됩니다. “ (P. 285~286)


악착같이 찾으려고 한 적이 있긴 있었죠. 그런데 그 기간이 오래가지 못한 것이 문제였죠. 대충 질문하고 대충 답하고 살아서 아직 제 길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요. 악착같이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공부를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맞혀야 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어서 제 인생도, 제 아이들 인생도 그렇게 바라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교육 시스템을 한 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겠죠. 그래도 무엇이 진정한 공부이고 교육인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기후 위기 시대 환경 공부는 꼭 필요하기에 환경 교사가 제대로 충원되고,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이 충분히 상상하고 뛰어놀 수 있는 자연도 함께하는 곳으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아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내는 시간적 여유도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토대로 인생 공부를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급하지 않게, 저만의 속도를 찾으면서요. 모두 자신만의 인생 공부를 충분히 시간 들여서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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