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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y 21. 2023

나는 어떤 모양의 사람일까?



무심코 들여다본 하늘.

멍하게 하늘의 한 지점을 응시하다 퍼뜩 정신이 들어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바람과 함께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구름이 보인다.

구름, 구름이라는 단어를 입 안으로 되뇌며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구름의 모양을 눈으로 좇으며 저건 무슨 모양일까 혼자 상상한다.

두 아들과 함께라면 각자의 생각을 내놓으면서 재잘대겠지.

어찌 보면 물방울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뿐인데 거기서 다양한 상상을 하는 인간이 신기하다.


파란 하늘을 좋아하는 나는 구름 중에서는 하얀 뭉게구름을 좋아한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내 마음의 찌꺼기를 하얀 구름으로 덮어버리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온 세상을 뿌옇게 뒤엎은 구름은 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 같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나 삶을 살다 가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잠깐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괜히 겁나고 두려울 때가 있다.

그때는 뿌옇게 온 하늘을 덮어버린 구름 속으로 숨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구름을 들여다보며 어쩜 저렇게 다양한 모양을 잘 빚는지 감탄한다.

나는 내 마음의 모양을 다양하게 빚고 있나 잠깐 생각해 본다.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서너 개의 모양을 돌려서 빚고 있구나 깨닫는다.

몇 가지 되지 않는 모양틀에 억지로 끼워서 맞추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그 틀에 맞춰서 사는 것이 편하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문득 구름을 보며 생각한다.

정말 틀 안에서 사는 삶이 즐거운가? 행복한가? 답답하지는 않았는가?

가끔 틀에서 튀어나오려고 애쓰는 것들마저 억지로 안으로 집어넣으면서까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소음들에 신경 쓰느라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속이 시끄러우면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기만 했지,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틀에 갇힌 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이제 그 틀이라는 것에 갑갑함을 느껴 조금씩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유연하게 이런저런 모양을 빚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구름이 바람에 이끌려 조금씩 길을 가고 있다.

나도 바람에 내 몸을 살포시 맡겨볼까?

정체되어 있는 나를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고 싶다.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나를 마음대로 거치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마음의 창을 조금은 열어야겠다.

꼭꼭 닫힌 창으로는 바람도, 햇살도, 자연의 소리도 온전히 느낄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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