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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n 19. 2023

10분의 꿀잠



낮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오늘은 좀 부지런하게 하루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충전이 필요한 내 몸이 잠깐의 휴식을 요구한다.

이때 선택을 잘해야 한다.

아주 잠깐의 낮잠으로 컨디션을 회복할 것인가 vs 오후에 컨디션이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 그냥 견딜 것인가.

대부분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면 앉아 있어도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불편한 자세로 낮잠을 자는 것이기에, 어느 순간 몸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일어난다.

그러곤 '어, 나 잠들었었네? 피곤했나 보다.' 생각하고 잠깐의 꿀잠으로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날씨가 좋은 날이 많은 요즘(아이들 기준에선 비만 내리지 않으면 모두 놀기 좋은 날씨다).

두 아들과 놀이터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더운 날에 조금만 걸어도 힘이 쫙쫙 빠지는 나에 비해, 아이들은 날씨 따위에 굴하지 않는 모습에 역시! 대단한 체력이군! 생각한다.

나도 저 나이 때는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갔으니... 이해도 하면서...

며칠 전 둘째 아들 유치원 하원 후 첫째 하들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마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을 기다리는 50분이라는 시간 동안 둘째는 신났다.

내 손을 끌고, 아니면 나보고 따라오라고 하고 저 앞으로 뛰어가면서 학교 여기저기를 다닌다.

매일 아침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면서, 학교는 가고 싶다는 둘째답다.

나는 오전에 걷기 운동도 해서 피곤한데 둘째를 따라 50분 동안 걷고 뛰고 하다 보면 헉헉대고 있다.

5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첫째가 드디어 나왔다.

집에 가려고 하는데 이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엥? 오늘 비 온다는 예보 없었는데? 그리고 우산도 없는데?

셋은 학교 실내에서 빗줄기가 조금 약해질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한다.

음... 역시... 그 빗줄기가 어떤지 경험해 보겠다며 잠깐씩 뛰어나갔다 들어온다.

몇 주 전 열감기로 그렇게 고생했는데...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라 생각하면서 조금 자제시키고...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 틈을 타 집까지 뛰어갔다. 다행히 초등학교와 집이 가깝다.


집에 와서 우산을 챙겨 들고 학교를 가로질러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로 간다.

(집에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한 약속이라 지킬 수밖에 없다)

각자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계산하고 집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나는 당이 필요했던 걸까. 초코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먹는다.

그러고는 첫째는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도 책을 읽으려던 찰나 둘째가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한다.

몇 장 읽는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졸음이 몰려옴을 느낀다.

안 되겠다 싶어 둘째에게 엄마 딱 십 분만 자고 일어나고 읽어주겠다고 하며 10분 알람을 맞추고는 소파에 아무 데나 누워서 잠이 든다.

달콤한 시간이 지나고 알람이 울린다. 이때가 고비다.

알람을 끄고 더 잘 것인가, 벌떡 일어날 것인가.

희미하게 아이들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엄마 더 자. 우리 TV 좀 보고 있을게." 이런, 졸린 것을 참고 몸을 일으킨다.

"뭐래? TV는 저녁 먹고 보는 거잖아. 엄마 이제 일어났어."

둘째 아들의 조금은 실망한 눈초리. 더 잤으면 좀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눈빛. ㅎㅎ

그렇게 피곤했던 몸이 10분 잤다고 조금은 기운이 생김을 느낀다.

아! 이래서 적당한 낮잠이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느낀다.


https://pin.it/6 dwwdhU



주말에는 그 잠깐이 안된다. 새벽부터 일어난 날은 오전 내내 부지런을 떨어서 그런가 보다.

책 읽고, 아침밥 차리기, 남편 도시락 및 커피 싸기, 설거지하기, 빨래하기, 가끔은 실내 자전거 타기까지...

오전에 너무 많은 것을 하다 보면 오후에 몸이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들린다.

그때는 딱 30분만 자겠다고 잠드는데, 일어나면 1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오래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릴 것 같은데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피로가 더 쌓이는 느낌이다.

밤에 일찍 잠들지 못해 다음날 늦게 일어나게 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되는 경우도 많다.

뭐든 적당한 것이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낮잠은 30분 이내가 적당하다고 하던데, 알면서도 잠을 더 자고 싶은 욕망을 떨쳐내지 못하니...

매번 내면의 은밀한 목소리에 지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어휴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런데 두 아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힘들다고 느끼나 보다.

잠이라도 자면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조금은 피하고 싶어 하는지도... ㅎ

뭐... 내가 자든 말든 상관없이 두 아들의 종알종알은 계속되어 어느 때는 자면서도 귀가 아프다.


언제 또 낮잠이 필요한 순간이 올지 모른다.

그때는 30분 내외로 꿀잠을 자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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