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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n 30. 2023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다


"똑똑똑"

누군가 내 마음의 벽에 노크를 한다.

'어? 여기까지 찾아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누구지?'

기대, 설렘, 두려움, 긴장 등의 감정이 한데 뒤섞여 갑자기 나를 덮친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마음의 벽을 쌓기 시작했을 때가.

아마 초등학교라는 제도권 내에 들어가면서 조용한 아이가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전에 나라는 아이는 동네에서 제법 잘 어울려 놀아서 저녁 먹을 때쯤에야 집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차를 차고 다녀야 할 정도로 거리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거다. (당시 외할머니댁이 초등학교 근처여서 학교 마치면 항상 거기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아이는, 조용하고 말없는 얌전한 아이가 되어버리면서 그 틀 속에 갇힌 채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조금만 깨부숴도 그대로 깨어졌을텐데 그럴 마음은 있었으나 용기가 부족했다.


처음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벽의 높이가 낮아서 어린아이도 쉽게 다닐 수 있었는데, 어느새 어른의 키를 훌쩍 넘어버렸다.

아무도 함부로 내 마음의 벽을 넘을 수 없도록 높게, 튼튼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이 마음의 벽이라는 녀석이 신기하게 어느 순간 그 단단한 빗장을 풀고 허물어질 때가 있다.

그 시점에 친해지는 친구들이 있었다. 소심하고 조용했던 아이는 사라지고 조금은 다른 아이로 변했다.

물론 친했던 친구들에 한해서다. 동시에 많은 사람를 상대하는 것이 버거운 성격인가보다.

그건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인원이 많아지면 내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대중이라는 곳에 철저히 숨어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받기 싫어하면서도 주목받고 싶은 모순된 감정에 휩싸일 때 이건 뭐지? 싶다.


친했던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너무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어느새 세우고 있었다.

상대는 그걸 알았을까? 궁금해진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내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일 없는 듯 괜찮은 척 하고 다녔지만 학창시절 내 마음은 여기저기 상처 나 있었으니까.

그런 내 내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친했던 사이라 할지라도...

예민했던 시기였고, 못난 나의 모습으로 누군가 떠날까 두려웠던 것 같다.


이런 나의 보이지 않는 벽을 깨부수고 싶기도 하다.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나의 모든 것을 내보여야 하니까.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사람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한 곳으로 정착시키기 쉽지 않다.

다행히 남편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같이 살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니까.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 깊은 어두운 내면을 보일 수 있어서 조금씩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조금의 벽은 세우고 지낼지, 아니면 조금씩 허물고 지낼지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아마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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