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플 때 푹 쉬고 싶다…

by 느린 발걸음



두 아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열이 나는 감기에 걸렸다.

기침, 콧물만 조금 하면 그냥 내버려 둘 텐데 39도가 넘는 고열이 나니 어쩔 수 없이 소아청소년과에 데리고 간다.

그러면 요즘 열감기, 기관지염, 수족구병 등 유행하는 것들로 아이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가 있다. 이런 유행은 조금 지나가도 좋으련만 뭐 좋은 거라고 굳이 유행을 따르려는지...

열이 금방 잡히면 상관이 없는데 어찌 된 것인지 약을 먹어도 이틀 넘게 가는 경우가 있다.

열이 나는 아이는 집에서 쉬는 것이 최선이기에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 유치원에 질병 결석을 하게 된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시점을 앞두고는 혼자만의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집에 데리고 있는다. 아픈 아이를 붙잡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평소 많이 먹고 말도 많던 첫째가 6월 초 목감기가 심하게 걸리니 제대로 삼키기도 못하고 말도 못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러움 그 자체. 그냥 차라리 시끄럽게 떠들고 잘 먹던 때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나아서 매일 시끄러움의 연속이다 보면 음... 조금 조용한 것도 낫지 않을까 하는 이중적인 생각이 드니... 참, 나도 아직은 여전히 갈대 같은 마음의 소유자다.


7월 17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우리 집 세 남자가 비슷한 감기 증상을 호소한다.

남편은 기침, 콧물, 가래를, 첫째 아들은 39도가 넘는 고열에 기침을, 둘째 아들은 기침과 콧물을.

뭐 이런 일이. 아침에 일어나서 세 남자를 보니 가관이다. 나는 두 아들과 주말 동안 함께 있었고, 같이 자기까지 했는데 나만 멀쩡하다니. 남편은 둘째와 뽀뽀한 것이 옮은 것 같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세 남자와 함께 자주 다니던 병원에 가서 세 남자 모두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월요일인데 어쩔 수 없이 아이들 학교, 유치원은 질병 결석 처리하고...

첫째는 다음날부터 열이 떨어지고 증상이 호전되고 본인도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보냈다.

둘째는 18일이 여름 방학식이었기에 잠깐만 있다 오게 하고...

음... 방학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아픈 거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ㅎㅎㅎ

남편도 첫째도 4일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그런데 둘째는 그때부터 안 나던 열이 나기 시작한다.

이런... 한 번에 아프고 나으면 좋으련만... 연이어, 이렇게 아프면 힘들다.

둘째 아들은 기침까지 엄청 심하다. 열도 잘 떨어지지 않아 다시 소아청소년과에 갔다.

콧물과 가래가 목에 걸려 있어서 기침이 심하고 중이염, 기관지염도 조금 있다고 했다.

다시 약을 먹이고 집에서 쉬는데... 기침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기침이 너무 심해 안쓰러운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나까지 기침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얼른 낫길 바라며 하루하루가 지난다.


7/26일 밤에 원래 강원도 시댁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둘째의 컨디션이 저래서 가능할까 걱정스럽다.

다행히 둘째 아들은 24일부터 증상이 호전되어 컨디션이 돌아온다.

그런데... 25일 저녁부터 내가 열이 나고 기침이 나는 감기 증상이 온다.

초기일 때 약 먹고 푹 쉬면 괜찮아지기에 테라** 하나 먹고 잠든다.

다음날 일어났는데, 아... 컨디션이 더 안 좋아졌음을 직감한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목이 너무 아프다. 열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38도를 넘어간다. 두통도 심하고 기운이 없어서 제대로 일어서 있을 수도 없다. 아침은 남편에게 부탁하고 누워 있다가 밤에 강원도로 출발하려면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섬주섬 일어나서 준비한다.

혼자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같이 가자며 아이들도 다 함께 (두 아들은 방학 중) 병원에 출동한다.

남편과 두 아들은 차에서 기다리고 혼자 병원에 가서 진찰받는다. 열이 있어서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도 했으니 다행히 음성. 둘째에게 옮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열이 있으니 근육주사 한 대 맞고 약 처방받고 가라고 하신다. 엉덩이에 주사 한 대를 맞고,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아서 집에 와서 먹고는 누웠다.


이상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렇게 힘들었는데 주사 맞고 약을 먹고 좀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다. 남편은 출근하게 하고 시간 날 때마다 짐을 하나둘씩 챙긴다.

짐을 챙기고 집안일을 정리하면서 나도 아플 때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남편은 힘들면 다음에 가자고 하지만, 아마 추석 때 아니고서는 시간이 나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기에...

강원도에는 근처에 바닷가도 있으니 여름휴가 겸 가는 것이라 어떻게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거다.

어머님께서도 아이들 보고 싶어서 기다리실 테니...


약을 먹으면서 컨디션이 조금씩 돌아오긴 했지만 목소리는 아직 잠긴 상태이고, 기침도 가볍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다며 강원도에 간다. 솔직히 시댁에 가서 내가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조금은 마음 편히 가는 것도 있다. 다들 시키지 않고 나보고 쉬라고 한다.

막내 도련님은 우리가 가는 날에 휴가를 내서 전라도에서 강원도까지 먼 길을 달려오셔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신다. 어머님께서도 항상 남편에게 여자가 편해야 집안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남편에게 많이 하라고 말씀해 주신다. 밭일 같은 것, 집안에 다른 일 같은 것 있어도 남편과 둘째, 막내 도련님이 알아서 하기에 내가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나는 가면 무엇이라도 하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고 몸을 좀 움직이면 개운해지는 면도 있어서다. 깻잎도 따고 양파도 다듬고 수박도 따고, 깻잎장아찌, 양파장아찌도 같이 담갔다.


Rainy days.jpg https://pin.it/15P5FOg




오래 있지 않고 토요일 오후에 집에 왔는데, 집에 와서도 짐 정리, 어머님께서 이것저것 싸주신 음식들 정리에, 강원도에서 입었던 옷들 빨래까지 온 날 모두 해치워 버렸다.

조금 느긋하게 해도 좋으련만 성격이 급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답답해서.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음... 어떻게 하는지 몰라 냉장고에 집어넣고 있어서 다시 빼라고 하고 반찬통에 담을 것은 담고 큰 통은 김치냉장고에 두고 했다. 다 정리하니 몸이 힘들다.


아플 때 나도 푹 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쉬지 않는 것은 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두 아들 방학이라 아이들이 뭐 해달라고 하면 해줘야 하고, 집 안도 어떻게든 정리하고 밥도 차리려면 어쩔 수 없긴 하다.

채소·과일식 책을 본 이후 되도록 사 먹지 않고 집에서 요리하려고 하다 보니 더 그런 것일 수도...

아프지 않은 것이 제일 최선이고, 다음에 아플 땐 좀 꾀병이라도 부려 볼까 싶다.

그러면 집안이 엉망이 되겠지? 그러면 그 이후가 더 힘들 것 같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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