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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Oct 27. 2023

밥을 두 번 하는 여자


나는 밥을 두 번 한다.

한 번은 현미밥으로, 한 번은 흰쌀밥으로...

밥 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두 번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로 통일하면 좋겠지만 간격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두 번 한다.

가끔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밥은 먹어야 하니까 할 수밖에.


나는 원래 잡곡밥을 좋아했다.

흰쌀밥보다 영양가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고, 훨씬 맛있게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쭉 잡곡밥을 먹다 올해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

현미밥이 몸에 좋다는 소리를 들은 지는 꽤 되었는데 까끌까끌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직접 먹어보지도 않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이래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나보다.)

그러다 현미가 선물로 들어와서 먹어봤는데, 오~~ 기대 이상이었다!

건강에도 좋은데 맛있기까지 하다니! 

흰쌀밥에 비해 약간 꺼끌한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찰기도 좀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느껴져서 나와 남편은 현미밥에 푹 빠졌다.


그런데 두 아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들은 원래 잡곡밥은 좋아했다. 

카레를 먹을 때는 무조건 흰밥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지만...

현미밥도 초반엔 어느 정도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기피하는 것이 느껴진다.

흰쌀밥이 없을 때는 현미밥을 억지로라도 먹는데, 둘 다 있는 상황에선 흰쌀밥을 찾는다.

유치원생인 둘째 아들은 처음부터 흰쌀밥만 선호했다.

"잡곡밥 싫어~"를 외쳐서 그때부터 잡곡밥과 흰쌀밥으로 밥을 두 번 하기 시작했다. 

가끔 밥을 두 번 하기 귀찮아 오늘만 잡곡밥을 먹자 하면 "오늘만이야!"라고는 선심 쓰듯 이야기해서 "그래. 고마워~ 엄마가 내일은 꼭 흰쌀밥으로 해줄게!" 약속하곤 했다.

이젠 잡곡밥 대신 현미밥이 그 자리를 대체했는데... 현미밥은 더 싫어한다. 

현미밥만 있으면 "나 그럼 밥 안 먹어!"를 외쳐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흰밥을 또 한다. 

속으로 '그냥 먹으면 되지'라고 구시렁대면서...






그래서 우리 집 6인용 전기밥솥은 바쁘다.

한 번에 밥을 많이 해서 전기밥솥에 하루종일 꽂아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럴 수조차 없다.

전기밥솥에 오래 있던 밥은 찰기가 없어져 맛도 떨어지고 전기세도 많이 나간다고 들어서 나는 한두 번 먹을 분량만큼만 밥을 한다.

남으면 그릇에 담아놨다 되도록 그날 다 먹는 편이다. 모자라면 다시 하는 경우도 있고...

두 번 밥을 한다고 밥솥을 하나 더 사자니 낭비에다 더 귀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밥을 두 번 하자! 선택했다.

가끔 그전날 밥이 남아 있는 경우 전자레인지에 데워주면 되기에 밥을 한 번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날 아침은 괜히 시간을 번 느낌이 든다. 

반면 밥을 두 번 해야 하는 경우 아침은 분주하다. 

첫 번째 밥을 해서 그릇에 담은 다음, 밥솥을 다시 씻어서 새로 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밥솥도 두 번 씻어야 해서 설거지 거리도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나와 남편이 흰쌀밥을 먹으면 한 번만 해도 된다. 아주 가끔 먹기도 한다.

그런데 다음날 바로 현미밥을 찾는다. 

솔직히 남편은 상관없다고 하는데 내가 현미밥이 좋다. 

'남편과 나의 현미밥 vs 두 아들의 흰쌀밥'의 팽팽함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쉽게 좁혀질 수 없는 서로의 취향이다 보니 더 이상 줄다리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초반에는 '몸에 더 좋으니 현미밥을 먹어볼래?'라고 권유하기도 했는데, 아직은 그 느낌이 싫은가 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냥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밖에...

그게 속 편하기도 하고, 누가 내게 뭔가를 강요한다면 나도 싫어할 테니...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밥을 두 번 하는 것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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