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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Dec 06. 2023

종이 접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첫째 아들이 4~5세부터 종이 접기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 당시엔 스스로 하지 못했으니 무조건 저에게 접어달라고 했어요.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고른 후 "엄마, 이거 접어줘!"라고 말하면 제가 접어주는 식이었어요.

초반엔 몇 개 되지 않아서 해줬는데 시간이 갈수록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어요.

조금 더 손이 많이 가는 것으로, 한 두 개가 아닌 여러 개를.

그러다 보니 종이접기를 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더라고요.

집안일 이것저것 할 것이 많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스스로 한번 접어보라고 했어요.

글자는 모르지만 모양을 보면 대부분 접을 수 있는 것들이었거든요.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스스로 접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뿌듯하지 않겠냐며 얘기했더니 OK 하더라고요.


초반엔 잘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 꽤 있어서 일일이 알려주고(가끔 이럴 바엔 그냥 내가 접는 게 더 편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중을 위해서 그런 말은 마음속으로만 잠깐 하고), 종이접기 할 때 다림질을 잘해야 편하다는 것도 알려줬어요.

시간이 지나니 저에게 물어보지 않고 스스로 접는 것이 하나씩 늘어가더라고요.

처음엔 다림질도 제대로 하지 않아 어설펐는데 계속하더니 어느새 반듯하게 잘 접고요.

집에 있는 책뿐 아니라 네모 아저씨 영상을 보면서 접는 일도 늘었어요.

네모 아저씨 팽이 접기 책을 산 이후 한동안은 팽이 접기에 꽂혀서 온 집이 첫째가 접은 팽이로 넘쳐났어요.

시간이 좀 지나면 종이접기 한 것을 가지고 놀지도 않고 상자에 고이 모셔져 있기만 해서 대청소할 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버리라고 하기도 했어요.

시간이 흘러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종이 접기가 좀 시들해졌어요.

예전에는 매일 접었다면 접지 않는 날이 더 많아진 거죠.

아이 때는 관심이 여기저기로 나뉠 수 있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다시 종이 접기에 빠졌어요.

계기는 첫째가 학교에서 종이접기 책을 빌려오면서부터 시작됐어요.

'놀라운 리얼 종이접기 3 : 땅을 걷는 생물 편', 종이접기 마니아들의 문의와 인기 속에 마침내 출간한 책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딱 봐도 난이도가 조금은 있어 보였지만 접으면 접을 수 있겠다 대충 생각했어요.

첫째 아들이 색종이로 접기 시작했는데 30분쯤 지났나? 종이접기를 하면서 끙끙거리고 있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면서 한번 봐달라고 했어요. 자세히 몇 번 보니 방법을 알겠어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서 접어주고 그 이후부터는 직접 접으라고 했어요.


아이가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을 보니 궁금해져서 저도 한번 접어보겠다고 했어요.

둘이 색종이로 종이접기 책을 보면서 접는데 생각보다 꽤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일반 색종이로 하니 크기도 작고 조금만 잘못하니 잘 찢어졌어요. 종이접기 책의 종이를 보니 전문가용 색종이로 크기도 큰 것이었어요. (아이들이 계속 접는다고 하길래 인터넷으로 전문가용 색종이를 먼저 주문했어요. 나중에 해야지 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요;;)

집중해서 했더니 머리도 아파오고 시간을 보니 1시간이 훌쩍 넘었더라고요. 아... 1시간이나 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과 어느 한 부분에서 막혀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나머지는 도저히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어릴 때 종이 접기는 이렇게 어려운 것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내가 많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쉬운 것만 접어서 그랬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영상도 전혀 없더라고요.

"이 종이접기 책은 불친절한 편이네." 이렇게 말하며 저는 더 이상 못 접겠다며 그만하겠다고 했어요.

첫째 아들은 그래도 계속해보고 싶었나 봐요. 시간을 꽤 들여서 결국엔 접더라고요.

속으로 꽤 긴 과정을 집중해서 하는 모습을 보며 나보다 낫구나! 생각했어요.


첫째 아들이 종이접기를 하니 둘째도 접고 싶었나 봐요.

그런데 둘째 아들은 아직 유치원생이라 글자도 모르고 혼자 접어본 적도 없어요.

처음엔 첫째나 저에게 접어달라고 했는데, 첫째는 자기도 접어야 하니 조금 귀찮았나 봐요. 저도 집안일 등을 하니 둘째가 원할 때 바로 접어주지 못하고요. 그래서 둘째에게 혼자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형도 너 나이 때 혼자 접기 시작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어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면 알려줄 테니 한번 해보라고 했어요.

첫째도 둘째가 종이 접기를 하고 싶어 할 당시 비행기를 접기 시작했어요.

비행기는 접는 방법이 조금 쉽기에 둘째가 첫째 옆에 딱 붙어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첫째가 종이를 접으면서 둘째에게 설명해 주면 둘째가 그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어요.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형에게 도와달라고 하고요. 첫째도 도와주면서 둘이 잘 접더라고요.

그렇게 종이비행기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하나 접고 하나 날려보고, 또 하나 접고 하나 날리고...

이렇게 접은 것을 날리는 개수가 늘어나더니 집안에 종이비행기가 넘쳐나기 시작했어요.

주문한 큰 색종이도 배달이 와서 첫째 아들은 학교에서 조금 어려운 종이접기 책을 빌려와서 계속 접었어요. 둘째는 종이접기 초보용을 가져와서 개구리, 비행기 등을 접기 시작하고요.


두 아들의 종이접기 결과물



아이들이 종이접기 하는 것을 살펴보면 첫째 아들은 책을 보면서 접기도 하고 혼자 상상하면서 접기도 했어요. 둘째도 책을 보면서 접더니 가끔은 응용해서 접기도 하고요. 

저는 보통 책을 보면서 그대로 접기 때문에 두 아들을 보면서 신기했어요. 

요즘도 가끔 저는 종이접기 하다가 어려우면 '아, 머리 아파. 엄마는 못 하겠어.' 포기하기도 하는데, 첫째 아들은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이야기해요.

"엄마는 종이 접기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 아냐? 나는 요즘 종이 접기에 관심이 많아서 어떻게든 접고 싶어.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음... 그렇구나... 생각했어요. 쉬운 것은 시간이 짧게 걸리니까 하겠는데, 어려운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시간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겐 종이 접기보다 다른 것들이 우선순위가 되어버려서 그렇겠죠.


아이들이 접은 것들이 많아져서 박스 안에 넣어두고 있는데, 지금 이 상태로는 한 박스가 금방 찰 것 같아요.

요즘 매일 두 아들은 유치원, 학교 마치고 와서 종이접기 책을 보면서 종이 접기를 하고 있거든요.

언제까지 종이 접기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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