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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Nov 27. 2023

"으악!!!" vs "우와~~~!!"

"으악!!!" vs "우와~~~~!!!" 

나와 두 아들(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의 반응 차이를 불러오는 이것!

바로 곤충 및 벌레다.


나는 언제부터 곤충이나 벌레를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까?

나도 어렸을 때는 들판에서 메뚜기, 여치 등과 함께 뛰어놀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없어져서 그랬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정확한 계기는 모르겠지만 무감정에서 싫어하는 감정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곤충은 그나마 괜찮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사마귀, 여치, 메뚜기 등 두 아들 덕에 실컷 봐서 그런지 이젠 익숙해져 간다.

아주 가끔은 얘들이 이렇게 생겼나? 자세히 들여다볼 정도로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뭐,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그런데 벌레류는 봐도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니, 더 싫어진다고 해야 하나?

특히 바퀴벌레...

어렸을 때 커다란 것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다니던 것이 충격이었는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바퀴벌레 입장에선 내가 더 징그럽고 소름 끼치겠지만.

다행히 지금 사는 곳에서 바퀴벌레를 본 일이 없어서 가슴 쓸어내리는 일은 없었다.

일 년 전쯤 두 아들이 바퀴벌레 모형 장난감을 사기 전까지는 말이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을 사느냐 물어보면 좋단다. 

좋다는데 뭐라고 말도 못 하고 그냥 내 눈에만 안 띄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나와 정반대로 두 아들은 벌레, 곤충류에 관심이 무척 많고 심지어 좋아한다.

길을 가다가도 곤충, 벌레 등 생명체가 보이면 무조건 멈춰 서서 지켜보고 만져보기도 한다.

나는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며 걔들도 생명체인데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만 이야기한다.

두 아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엄마가 뭐라고 얘기하는지 관심도 없고 들리지도 않는 모양새다.

자칭 생물박사라고 말하는 첫째가 어떤 생명체인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한다.

음, 나는 들어도 잘 모르겠다. 딴엔 듣는다고 듣는데 어느새 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버린다.

그러면 첫째는 며칠 후에 자기가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나에게 꼭 물어본다.

대부분 모른다고 대답하면 엄마는 생물에 너무 관심이 없다며 관심 좀 가지라고 한마디 한다.

나도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조그만 녀석이 남의 인생에 간섭이 심하다.


두 아들이 좋아하는 곤충, 동물 모형 중 일부



두 아들, 남편, 시어머님은 내가 곤충, 벌레 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를 일부러 놀라게 하려고 살금살금 곤충 등을 내 옆으로 쓱 들이밀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질겁한다. 

"으악~~~~~~~!!!!!!!!!" 소리 지르며 저 멀리 달아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억울한 감정을 한껏 실어서.

그런데, 이런 내 반응이 재밌나 보다. 계속 계속 시도하는 것을 보면.

하...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면 더 이상 내게 이런 장난도 치지 않을 텐데...

나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그게 안된다. 

그래서 억울하다.


며칠 전 첫째 아들이 종이에 무언가를 싸서 선물이라고 내게 내민다.

아무런 생각 없이 펼쳤다가 바퀴벌레 장난감이 나와서 "으악!!!" 소리를 질렀다.

"엄마, 진짜 뭐가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라며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난 정말 순수하게 편지를 썼다는 생각에 펼쳐봤는데... 속았다.

"엄마 놀리니까 재밌냐?"

"응, 엄청 재밌어!!" 

하... 화를 내지도 못하겠고, 다음부턴 하지 말라는 부탁을 할 뿐이다.


두 아들이 곤충,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벌레나 곤충 등이 보이면 난 손댈 수가 없기에 두 아들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성큼성큼 다가가서 잡아서 놓아주거나 한다.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봐서 그런가? 아무런 편견이 없어서 그런가? 가끔 궁금해진다.

그럼 나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말인데, 맞는 것 같다.

곤충이나 벌레도 그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좀 무뎌질까?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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