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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Nov 09. 2023

현관문이 안 열린다??????


월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화, 수, 목, 금요일과 똑같은 평일 중에 하나인데 주말을 지낸 첫 평일이라 그런지 마음이 바쁘다.

며칠 전 월요일 눈을 떴는데, 오전 7시 40분이었다. 알람을 6시부터 맞춰놨건만 다 끄고 계속 자버린 것이다. 

두 아들도 평소라면 그 시간쯤엔 깨서 거실에 있었을 텐데, 옆을 보니 둘 다 쿨쿨 단잠에 빠져 있다.

아마 전날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2시간 동안 친데다, 전날 밤부터 비바람이 몰아쳐서 아침에도 약간 어둑어둑해서 더 깨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두 아들을 깨운 후 거실로 나왔다. 아침밥을 간단히 준비해서 차려주고, 두 아들 등교, 등원 준비도 도우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와중에 아이들 등교, 등원시킨 후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려고 집안에 쌓아두었던 재활용품을 현관문 앞에 내놓으려고 잠깐 문을 열고 나갔다.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일이 월, 화요일인데 월요일 해버리는 것이 속편 해서 늘 그렇게 한다.

웨건에 실어서 정리를 한 다음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상하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분명 비밀번호도 맞고 소리도 제대로 나는데 어딘가 딸깍 걸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

뭐지? 몇 번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다. 일단 두 아들에게 안에서 문을 열어보라고 했다.

"엄마, 이상해! 문이 안 열려!!" 두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일단 아빠를 깨워봐. 아빠한테 문 좀 열라고 해봐."

현관문 앞에 잠깐 나온 것이라 핸드폰도 안 들고 나왔는데... 

두 아들이 아빠 깨우는 소리가 들리고 남편이 일어나서 문을 여는데 똑같다. 안 열린다.

몇 번 시도해 보더니 남편이 관리사무소와 열쇠 수리업체에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가 8시 20분.

그러더니 춥진 않냐며, 다리 아프니까 앞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다행히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어서 춥진 않았고, 앉아 있기엔 뭐해서 그냥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걷기 운동하는 셈 치기로 했다. 핸드폰도 없고 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자니 출근, 등교 시간이랑 겹쳐서 엘리베이터가 한창 바쁠 것이기에 나중에 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기다리니 관리사무소 직원분이 오셨다. 손에는 망치를 들고서...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망치로 도어록을 몇 번 두드리신다. 아...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구나.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지켜보는데 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도어록이 10년이 넘다 보니 이런 일이 일 년에 1~2건 정도 발생한다고 말씀하신다. 아... 도어록도 고장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다.

전자제품을 구매해서 10년 정도 사용하면 고장 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거기에 도어록도 포함된다니...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았다. 그러면서 좀 더 오래 튼튼하게 사용하게 만들 수 없나? 의문도 든다. 아마 오래 사용하면 새로운 물품이 팔리지 않아 이익이 되지 않아서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처음엔 당황, 황당, 짜증이 섞여 나왔는데, 내가 뭐 어찌할 수 없는 것에 그래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어록을 교체할 때가 되었나 보구나라고...

그러면서 어! 이거 글로 써도 되겠는데? 이런 생각도 하면서... 밖에는 바람소리가 휑휑 거리고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세 남자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열쇠 수리업체 기사님은 오전 9시 정도에 오실 수 있다고 하셨단다.

나는 지금 몇 시인지도 모르겠으나 아이들 등교, 등원이 늦는다는 사실은 안다. 그러면 선생님들께 늦는다는 연락을 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핸드폰이 없다. 남편에게 선생님들께 연락을 해야 한다고 알린다.

남편, 그런 것 해본 적 없다. 핸드폰 기종도 다른 것을 사용하기에 내 폰 잠금해제하는 것부터 버벅대는 것 같다. 설명을 해줘도 뭔지 모르겠단다. 음... 난감하다.

다행히 첫째 아들 선생님께서 문자를 먼저 보내주셔서 거기에는 답장을 해줬는데, 둘째는 모르겠단다.

아... '평소에 좀 알려줄 걸'이라는 생각 한편으론 알려줬어도 관심 있게 들었을까 의문스럽긴 하다.

9시가 가까워져 오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아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러 나간다.

다행히 밖에 우산을 말리려고 내놓아서 우산을 챙겨서 나가는데, 비는 오지 않는데 바람이 엄청 세차다.

바람이 많이 불면서 날씨까지 엄청 춥다. 가져간 가벼운 재활용품 몇 개가 바람에 날려 저 멀리 가버린다.

바람을 뚫고 가서 다시 챙겨서 주워서 분리수거를 한다. 분리수거 중에도 바람은 잦아들지 않는다.

너무 추운데?라는 생각을 하며 속도를 빨리해서 후다닥 정리하고 다시 집으로 올라간다.


9시 20분, 드디어 열쇠 수리업체 기사님이 오셨다!

문이 계속 열리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더니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망치 등으로 내리치기 시작한다.

우와... 도어록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때려 부수는구나 생각하며 멍하니 쳐다본다.


부서져버린 기존의 도어록



드디어... 문이 열렸다!! 집에서 나온 지 1시간 만에 문이 열린 것이다.

문 고치는 것은 남편에게 맡기고, 두 아들을 데리고 얼른 나온다. 학교, 유치원에 부랴부랴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왔다. 새로운 도어록을 설치하고, 집안에 있는 통신기기와도 연결하는 등 꽤 작업할 것이 많아 보였다.

시간이 꽤 흐른 후 드디어 설치가 끝났다며 설명해 주신다. 

새로 설치한 도어록은 지문 등록도 할 수 있었다. 요즘엔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신기해하며 남편과 나는 지문 등록을 했다. 두 아들이 하교한 후 두 아들도 모두 지문 등록을 완료했다. 번호 누르는 것이 가끔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더 편해졌구나 생각했다.

저녁에 아침일을 이야기하는데 첫째 아들이 둘째가 문이 열리지 않아 엄마 보고 싶어서 울 뻔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둘째에게 물어보니 엄마나 너무 보고 싶었단다. 아... 이럴 때 너무 사랑스럽다. ㅎㅎ


정신없이 맞이한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그래도 남편이 집 안에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두 아들만 안에 있고 나 혼자 핸드폰도 없이 밖에 있었다면... 생각만 하도 아찔하다.

다음부턴 핸드폰을 꼭 들고 다녀야겠다.

이제 새로운 도어록이 우리 집 현관문을 지켜줄 것이기에 10년 동안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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